안기부 발표/박노해씨 「투쟁성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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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시 내용에 김일성 찬양문구 많아/사용자 대한 근로자 적대감 고취/「신혼비용」·「호랑이사냥」작전 통해 자금 모아
안기부는 「얼굴없는 노동자시인」으로 알려진 박노해씨에 대한 조사결과 「박씨가 북한을 적극 추종하고 김일성을 숭배하면서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신봉해온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안기부의 발표문중 박씨의 사상·투쟁성향 부분과 「보급투쟁」으로 활동자금을 확보한 경위 등을 요약한다.<편집자주>
◇친북적 사상성향=박씨는 그동안 일부잡지와의 서면인터뷰·수기 등을 통해 「사노맹은 북한과 전혀 관계가 없는 독자적 사회주의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나는 민주주의자·평화주의자다」고 주장했으나 박씨가 쓴 시를 보면 북한과 김일성을 적극 추종하고 있다고 안기부는 분석했다.
박씨는 89년 6월 사노맹기관지 「노동해방문학」에 게재한 「존경하는 김주석」이란 제목의 시에서 『동토의 왕국은 자부심 가득한 「인민의 왕국」이라 한다』『북조선 근로인민의 자랑스런 대표자,김일성주석을 뜨거운 감격으로 떨리는 입술로 당신을 부른다』『주체적 각성으로,확신에 찬 목소리로 당신을 부른다. 존경하는 김일성주석』이라는 등 김일성을 적극 찬양했다는 것.
박씨는 또 조사과정에서도 ▲나는 김일성주석을 존경한다 ▲양반의 앞잡이였던 이순신,민족주의자에 불과한 김구에 대한 교육은 하면서 김일성장군이 위대하다는 교육은 안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죽창을 세워들고」란 자작시에서도 『총과 낫·죽창을 들고 자본가를 쓸어 버리자』『노동해방·농민해방을 피로써 쟁취하자』는 등 섬짓한 표현으로 자본가·사용주에 대한 근로자들의 적대감을 고취시켜 왔다는게 안기부의 설명이다.
박씨는 이와 함께 「No.4프로젝트「(죽음의 숫자 「4」를 의미)라는 조직원에 대한 지시를 통해 청산가리·농약·비상(극약재)·혈압상승제 등을 구입,자살용 독극물의 개발을 지시하는 한편 외출시에는 항상 검거에 대비한 자살용 독극물을 휴대토록 해왔다고 안기부는 밝히고 있다.
◇박씨 생활주변=박씨는 그동안 월간지등에 투고한 글과 유인물 등을 통해 자신이 심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해왔으나 실제로는 노동자의 삶과는 전혀 다른 호화·사치생활을 해왔다는 것이 안기부의 설명이다.
박씨는 1월7일부터 자신의 비밀아지트인 서울 잠실 한신코아오피스텔에 여자조직원 김기선씨(27·노동문학사 기자)를 비서로 근무시키면서 자신의 건강관리계획서를 짜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컴퓨터·소프트웨어회사 운영계획서」라는 위장명칭으로 수립한 박씨에 대한 건강관리계획서는 ▲매월 5만원짜리 자라 5마리와 매일 3회 월40만원어치의 보약 복용 ▲매끼 백화점에서 구입한 신선한 야채와 해물류로 식단 작성 ▲정수기 설치,생수복용 ▲매일 수영장에서 체력단련 등 노동자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호화생활을 담고 있다는 것.
◇「보급투쟁」=박씨는 사노맹운영을 위해 88년부터 지금까지 총 3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레닌의 「사회주의사상 재정원칙」과 「빨치산 자급자족 원칙」에 입각,▲신혼비용작전 ▲박노해 건강치료금 모금 ▲호랑이사냥작전 등의 자금확보투쟁(소위 보급투쟁)을 조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특히 86년부터 자신에게 자금지원을 해온 치과의사 전동균씨(34·구속)에게 지난해 10월 보낸 편지에서 『수금이 잘 안되고 늦어지면 방을 빼고 병원을 담보 잡히고 사채를 얻어서라도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압수된 사노맹의 「고객카드」에는 J대 송모교수의 경우 『노해는 대단한 친구다. 우선 50만원을 내고 돈을 더 모아보겠다』며 「보급투쟁」에 적극 협조한 반면 소설가 조모씨는 『다치고 싶지 않다』며 자금지원을 거절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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