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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해외 광고 부쩍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개방화·국제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광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선 기술 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못지 않게 현지 시장에서의 판촉 강화 등 마케팅의 적극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상품과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심는데 광고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국제 광고에 쓰는 비용은 선진국에 비하면 초보적 단계로 지난해의 경우 2백99억원으로 수출액의 0·06%선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체 수출 중 41%가 자사 브랜드가 아닌 OEM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서 아예 얼굴이 없는 점과 중소기업의 경우 국내 광고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에 바깥 시장을 염두에 둘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해외 광고는 88년 올림픽을 전후, 상당히 활발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 법인을 통한 직접 광고비까지 합치면 국내 기업의 해외 광고비는 수천억원에 이르고, 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그룹의 경우 국제 기업화되면서 해외 광고비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진출 이후 해외 광고를 본격화해 89년 한해동안 미국에서만 무려 2억1천3백만 달러 어치의 광고를 퍼부어 미국 시장의 최대 광고주 1백명 가운데 50위에 랭크되었을 정도다.
삼성그룹도 미국의 뉴욕공항, 영국의 런던공항, 소련의 모스크바공항 등 전세계 34개국 54개 도시 60개 공항에 손수레 (푸시 카트)광고를 설치, 국제적 기업으로서의 삼성 이미지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광고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동안 해외 광고 비용이 3백50억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46% 늘어난 5백11억원을 쓸 예정이다. 올 한해동안의 총 광고비 1천22억원의 절반을 쪼개 해외 시장에 쓴다는 것이다.
럭키금성 그룹의 경우 해외 광고비는 89년 3천만 달러 (2백10억원)에서 올해는 4천만 달러 (2백80억원)를 쓸 예정으로
「럭키금성」이란 이름을 널리 알림으로써 국제적인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주요 기업들은 본사에서 광고를 만들어 해외에 내보내는 것보다 현지에서 직접 광고하는 비중을 높이는 추세에 있다.
삼성그룹은 제일기획과 제휴를 맺은 미국 광고회사 보젤을 통해, 대우는 J 워퍼 톰슨사, 럭키금성은 BBDO 등 해외 광고 대행사에 용역을 줘 해외 광고를 하고 있다.
광고 방법도 해외의 신문·방송 등 기존 매체를 이용한 광고의 비중이 점차 줄고 ▲빌보드 네온사인 광고 ▲전차·시내 버스 광고 ▲각종 행사 광고 등이 늘어나고 있다.
또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TV에 광고를 내면 엄청난 돈이 드는 점을 감안, 월스트리트저널·비즈니스위크·포천·포비스·타임 (이상 미국), 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 (이상 영국) 등 유수의 잡지나 일간지에 광고를 많이 한다.
이처럼 대기업의 해외 광고는 어느 정도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황무지나 다름없다.
정부가 중소기업 상품을 중심으로 몇해 전 「세계 일류화 상품」을 개발해나간다는 전략아래 가방·낚싯대·피아노 등 10개 품목의 중소업체들을 세계적인 「업계」나 「전문지」에 대대적으로 광고한 적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OEM수출 비중 (89년 43·8%)이 높은 탓도 있지만 엄청난 광고비 부담 때문에 해외 광고에 좀처럼 눈을 못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78년 수출액 (9백75억 달러)의 0·15%인 1억5천7백만 달러를 해외 광고에 썼는데, 이는 우리 나라 기업이 70∼87년의 17년간 쓴 해외 광고비 1억5천1백만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한국 ABC협회 신인섭 전무는 『세계 거대 기업일수록 기술 개발 못지 않게 마케팅에 주력, 성공을 거둬왔다』며 『국내 기업도 이제는 세계 수출 12위국에 걸맞은 광고 등 해외 마케팅의 적극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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