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첨단 과학 기술의 디딤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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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4년12월말 준공을 목표로 1일 포항공대에서 착공된 국내 첫 방사광 가속기는 과학 기술계의 숙원을 푸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제3세대형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장치로 1, 2세대와는 달리 X선·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에 이르는 광범한 파장 영역에서 강도와 휘도가 높은 방사광을 낼 수 있는 최첨단의 기기다.
따라서 빛을 이용하는 모든 과학 기술 분야에 두루 활용할 수 있어 고체 물리학·화학·생물학·지질학 등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2백56메가 D램 이상의 초대 규모 집적회로의 제작·비파괴 분석·재료공학·전자공학 등 응용과학과 첨단 산업 기술 개발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아직 건설이 계획중이거나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전자 가속 에너지가 20억 전자V에 달하는 국내 방사광 가속기 건설은 2000년대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공대가 정부 지원 자금 6백억원, 포항제철의 출연금 7백39억원으로 건설하는 이 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키는 선형 가속기 (길이 1백65m) ▲가속된 전자가 5시간 이상 3백억번 원형 운동하는 저장 링 (둘레 2백80m) ▲발생한 방사광을 바라는 곳까지 유도하는 빔 라인 ▲방사광의 강도·휘도를 높이는 삽입 장치로 이뤄진다.
김호길 포항공대학장 『방사광을 뽑아 실험 연구에 이용하는 빔 라인을 연차적으로 1백 개까지 추가 설치해 국내 대학·연구소·기업의 관련 연구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전기료 (30억원) 등 연간 운영비 약 1백50억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방사광 가속기는 1, 2세대형이 30여 기가 있으나 3세대형은 미국·대만·이탈리아가 92∼93년 완공 목표로 건설중이며 프랑스 (60억 전자V), 일본 (80억 전자V)이 각각 94년, 98년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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