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총장 선출 한달째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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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고건 전 서울시장의 후보 출마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시립대 총장 선출이 수서 사건 여파로 고 전 시장이 후보를 사퇴한 뒤 한달째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역시 전임 서울시장인 김용래씨가 총장 후보로 나설 뜻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시립대학은 정희채 전임 총장이 2월28일 퇴임한 이후 지난달 1일부터 윤재풍 교무처장의 총장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립대 교수 협의회 (의장 권오만 교수)는 고 전 시장이 수서 사건 후 2월27일 사퇴하고 교육부가 이에 따라 복수 후보 여건에 의존, 3월2일 후보 등록을 반려하자 새로운 총장 후보 선출을 위해 지난달 21일 총회를 열고 지난달 27, 28일 후보 추천 및 이달 3일 투표 등 일정을 확정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후보 선출 과정 참여를 요구하며 지난달 25일 교수 협의회의 추천 위원회 회의를 저지, 총장 선출이 무기 연기됐다.
학생들은 ▲고 전 시장의 후보 사퇴에 대한 외압 개입 여부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총장 선출에는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교수들도 지난달 초 임시 회의를 열고 고 전 시장의 사퇴 과정 진상 규명을 결의하기로 해 비록 재선출에 동의는 한 상태이나 교육부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전 시장이 총장 후보 출마 의사를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김 전시장은 총무처장관을 끝으로 현재 경희대 평화 복지 대학원에 객원 교수로 재직중이며 경희대·국민대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자치·도시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그러나 김 전 시장이 5공 인물이며 학문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교수들 역시 찬반이 엇갈려 있는 상태며 서울시 파견 교직원들은 대체로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현재 김 전 시장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후보 추천 후에 있을 투표에서의 당락 여부와 함께 투표율.
이미 복수 후보의 한사람으로 추천됐던 신홍 교수 (전 법정대학학장)등과 경선이 불가피한데다 고 전 시장이 과반수가 넘는 69표 (재적 1백34명)로 당선돼 본인에 대한 득표율이 떨어질 경우 명예에 타격을 입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교수·학생 및 교직원들은 김 전 시장의 영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시립대의 위상과 관련한 것이다.
시립대학은 국내 유일의 공립대학으로 서울시에서 예산의 80%를 지원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임 시장이 영입되면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과 정원 및 학과증설이 시급한 현실에서 대교육부 및 정부에 대한 「로비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있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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