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화계 히트 브랜드 '비보이'… 스타 팝핀현준·이우성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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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6년 가장 히트한 문화 브랜드는 단연 비보이(B-boy)다. 비보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초청받는 등 새로운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필두로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고 CF에서도 가장 때깔 좋은 모델이었다. 케이블 TV에선 경연대회를 연일 중계했고 지상파 드라마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영화.게임.서적 등 각 분야에서 카멜레온처럼 자기 변신도 거듭했다. 길거리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성큼 성장한 비보이. 비보이 1세대 팀인 '익스프레션'의 이우성(30) 단장, 최고의 비보이 스타인 팝핀현준(본명 남현준.28)과 함께 '2006년 비보이'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었다.

-비보이의 위상 변화를 실감하는가.

팝핀현준(이하 팝핀)=50세 이상 어른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춤춘다"라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내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만을 보고도 "너 혹시 비보이 아니냐"고 먼저 물어보시곤 한다. "나도 한때 춤 좀 추었어. 내가 30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너희처럼 한가락 했을 텐데…"라는 말씀도 많이 하신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일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주신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이우성(이하 이)=경제적 대우가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백화점 이벤트 등 행사에 10여 명이 출연하면 100만원 남짓 받았다. 그런데 올해엔 3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춤만 잘 추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인식을 후배들에게 심어줄 수 있게 됐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하나.

팝핀=미디어의 힘이다. 신문을 필두로 지상파 드라마와 케이블 방송, CF 등에 자주 등장하면서부터다. 비보이가 특별한 묘기가 아닌 보통 사람의 일상과 밀접한 문화 현상이라는 것을 전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근본적으론 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춤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특히 중앙일보 1면(5월 13일자, 9월 16일자)에 두 차례 기사가 나온 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란 말을 실감할 만큼 신문 1면의 영향력은 컸다. 주변에서 한마디씩 하셨고, 그 뒤 섭외도 급격히 늘어났다. 부모님도 "비보이 1면에 기사 났더라. 허구한 날 속만 썩이는 줄 알았더니 대단한 일 하는구나"라며 좋아하셨다.

-한국의 비보이들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이=타고난 리듬 감각, 뛰어난 조직력 등을 들 수 있지만 결국은 연습량이다. 한국 비보이만큼 연습의 절대량이 많은 나라는 없다. 외국 팀들도 우리가 연습하는 얘기를 들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곤 한다. 창의력에선 외국 팀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 듯 온몸 다 던져 춤을 추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비보이 공연도 많았다. 평가하자면.

팝핀=연기력이 떨어지고 대부분 댄스 배틀 위주로 공연이 구성돼 뻔하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 비보이 공연의 한계다. 또한 무대라는 틀 안에 갇히다 보니 비보이 본연의 즉흥성과 야성미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찌 첫술에 배부르랴. 좀 더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랄 뿐이다.

이="비보이란 브랜드만 떴을 뿐 제대로 된 공연은 없다"는 지적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한편으론 지금과 같은 과도한 관심이 한순간에 사라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외부 인사가 비보이 공연을 좌지우지하려는 풍토다. 비보이가 중심이 돼 공연을 만들어야 제 색깔을 낼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트가 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팝핀=제도권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재 춤을 좋아하고 직접 추고 싶은 중.고생은 무려 70%에 이른다. 정규 교과목의 하나로 편성하는 한편 대학에서도 비보이 학과가 생겨야 체계를 세울 수 있다.

이=비보이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확정되자 지금껏 비보이가 뭔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와 협회를 만든다며 움직이고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흩어져 있고 때론 반목하고 있는 비보이 팀들끼리 단합하는 일이다.

정리=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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