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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너무 위험해 산타도 오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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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부분의 주민이 이슬람 교도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도 산타클로스 벽화가 등장했다. 팔레스타인과 이라크 국기를 들고 있는 어린이가 산타의 품에 안겨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있는 라말라는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에서 가깝다.[라말라 AP=연합뉴스]

이슬람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중동의 성탄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린다. 종교적인 차원이 아니라 서구 문화로서 이슬람권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크리스마스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다. 초호화판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 곳이 있는가 하면 치안상황 때문에 성탄 행사가 취소되는 곳도 있다.

예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베들레헴은 올해 특히 우울한 성탄절을 보냈다. 하마스 자치정부가 부족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지원금을 내놓았지만 예년보다 관광객이 더 줄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올 초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와 또 다른 정치세력인 파타 간의 잦은 충돌로 치안이 불안한 데다 이스라엘이 쌓은 보안장벽으로 통행이 불편해져서다.

빅토르 바타르세 베들레헴 시장은 24일 "매우 슬픈 크리스마스"라며 "사람들이 심지어 아이들을 먹일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순례자와 관광객이 도시의 주요 수입원이지만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방문자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만 명이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3000여 명의 기독교인이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와 파타 간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로 성탄 전야 축하 행사가 취소됐다. 마누엘 무살렘 신부는 "아이들은 올해 산타클로스가 너무 위험해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마음 아파했다.

반면 같은 중동이지만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에서는 서방 못지않은 화려한 성탄 분위기가 느껴졌다.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는 자국민 중 기독교인은 전혀 없다시피 하지만 외국인과 서구 문화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거리는 북적인다. 대형 쇼핑몰과 호텔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이 야경을 바꾸어 놓았다. 산타 복장을 한 판매원들은 뜨거운 홍보 경쟁을 벌이고 쇼핑몰과 음식점 및 술집에는 캐럴이 밤새 흘러나왔다. 최고급 호텔들이 마련한 '크리스마스 디너'는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UAE 일간 '칼리지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DSF)'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두바이로 향하는 항공편은 완전 만원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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