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관객몰이 '문화특산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24일 오후 경북 안동시 문화의 거리에서 공연 10년을 결산하는 하회탈춤이 펼쳐지고 있다.[안동시청 제공]

'얼쑤!'

24일 오후 3시 경북 안동시 삼산동 '문화의 거리'에선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69호) 한마당이 펼쳐졌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하나 둘 모여들어 탈춤의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선비와 양반.부네(탈춤에 등장하는 부녀자) 등이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회장 임형규)가 이날 하회마을에서 벗어나 도심으로 탈춤 무대를 옮긴 것은 시민들과 함께 상설공연 10년의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보존회는 안동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1997년 3월 하회마을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 이날로 꼭 10년을 채웠다. 보존회는 그동안 하회마을 상설공연장과 강변 소나무 숲 등지에서 3월부터 매주 토.일요일 등 모두 618회 공연을 펼쳤다. 볼 만하다는 입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10년 동안 이 공연을 찾은 관람객만 98만5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는 탈춤을 보겠다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도 4만8000여 명에 이르러 하회별신굿은 사실상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보존회는 안동 상설공연 618회와 해외 공연 20여 회 등 그동안 국내외에서 모두 2500여 차례 공연을 선보였다. 회원은 인간문화재 3명을 포함해 35명으로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하회별신굿의 매력은 양반.각시.할미.초랭이 등 다양한 표정의 탈이 세상을 속 시원히 풍자하고, 그 풍자는 오늘날 현실과도 맞아떨어져 대리만족을 준다는 데 있다. 양반과 선비가 서로 잘났다고 학식을 다투고 할미마당에선 빈부격차를 풍자하며, 사이비 종교의 타락상까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임형규(53) 보존회장은 "하회별신굿은 다른 탈춤과 달리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며 "정적인 춤사위와 안동 사투리를 결합시켜 모자라는 듯하면서도 투박스럽게 관객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보존회는 내년 3월 첫째 주 일요일 하회마을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하며, 내년부터는 관광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주중에도 공연을 하기로 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 하회별신굿=안동 하회마을에 전승돼 오는 탈놀이. 파계승과 양반을 풍자하고 서민의 궁핍 상 등 10개 내외의 마당으로 구성된다. 고려 중기 마을 공동체의 신분 갈등을 없애기 위해 시작돼 일제강점기인 1928년 이후 사라질 뻔했으나 하회가면극연구회의 활동으로 복원됐다. 80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