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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핵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얼마 전에 40대 여성 환자가 찾아와 『평소 별 이상은 없는데 목에 꼭 무엇이 걸려있는 듯 삼켜도 갈 넘어가지 않고 목이 답답하며 매우 불쾌해져 신경이 몹시 쓰입니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심한 경우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도 불편해지며 평소 신경을 많이 쓰지만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최근에는 편두통과 약간의 어지럼증도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말을 많이 하거나 저녁에 실내에 가습기를 틀어놓지 않는 경우 목이 더 답답해져 가래약(거담제)을 먹어보고 병원에서 방사선 검사도 받아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목에 꼭 무엇이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증세는 남녀 모두에게 이따금 보이는데 특히 40∼50대의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약간 마르고 신경이 예민하며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은 심중팔구 이런 증세를 갖고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사회구조와 생활자체가 복잡다단해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써야 하고, 심한 대기 오염 등으로 공기 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는 이 같은 상태를 호소하는 사람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런 증세를 한방에서는 매핵기라고 하는데 보통 사람에게는 다소 낯선 병명이다. 한의서에는 이 질환에 대해 「인유칠정 병생칠기 칠기상간기결 담연응결 여서여패 심여매핵질애어열후지간객부출연부하 차매핵기야 고조기필선활담 개울순기 청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에게 칠정(희노비사우경공)이라고 하는 마음이 있는데, 병은 이런 마음들이 과하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기가 뭉쳐 정체되고 담이 응결해 정체하는 양상이 마치 솜털이나 막과 같고 심한 경우는 오매(과실 이름)의 씨(핵)와 같은 것이 인후 사이를 꽉 막는 듯해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내러가지 않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한방에서는 매핵기라고 부르고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기를 가지런히 하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담을 없애주고, 울체된 기를 풀어주어 제대로 순환시켜주면서 폐를 맑게 해 그 증상들을 치료하는 한방요법을 쓰고 있다. 이형구<경희대 한방 병원 진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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