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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GNP(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사람이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행복도를 가늠하면서 물질적 재산만을 척도로 삼는것은 어불성설이다. 고대광실에서 호의호식하면서도 근심걱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국가를 단위로 했을때 우리는 국민총생산(GNP)지수를 부의 척도로 삼는다.
그러나 단순히 GNP에 의한 국민경제 수준의 측정은 전반적인 국민생활의 질 또는 복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장애가 되는 자원의 소모나 환경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등은 GNP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개념으로는 자원을 낭비할수록 GNP수치는 팽창하고 공해방지에 쓰이는 비용마저도 가산되기 때문이다.
지난 8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환경장관회의는 환경과 복지의 요소를 관련시킨 새로운 국민경제 개념인 「녹색GNP」산정을 추진키로 했다.
GNP에서의 마이너스 요인에 대한 연구가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녹색GNP개념에 근사한 연구로 「지속 가능한 경제복지지표」(ISEW)라는 것이 있다. 세계은행(IBRD)의 경제학자 허만 데일리등의 아이디어다.
이들은 기존 GNP개념에서 개인의 행복에 장애가 되는 요소,즉 건강·의료,교육,통근·통학,교통사고 등에 따르는 경비를 제외했다. 또 각종 공해와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감소,지구의 온난화 따위 장기적인 환경파괴등 환경·자원면에서의 소모등도 GNP계산에서 뺐다.
그렇게 계산했더니 지난 50년부터 86년까지 미국의 1인당 ISEW신장률은 0.87%로 GNP성장률 2.2%의 절반도 못되게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 80년에서 86년까지 GNP는 연평균 1.84% 성장한 것으로 돼 있었으나 ISEW는 오히려 1.21%마이너스 성장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존 GNP지지자들의 비판과 항의가 빗발쳐 약간의 수정이 가해지긴 했으나 수치에는 큰 변동을 줄 수 없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 건수와 극심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ISEW 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1인당 GNP 6천달러를 바라보며 중진국을 호언하고 있지만 그 허구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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