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든 가방 주인 찾아준 최정호 상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현역 군인이 2000만원의 사업자금이 든 손가방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육군 제203 특공여단 2대대에서 행정보급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정호(38.사진) 상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 상사는 15일 업무차 천안시 신방동 일대를 다니다 모 은행 맞은편 도로에서 작은 손가방 하나를 발견했다.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내용물을 확인하던 최 상사는 깜짝 놀랐다. 손가방 안에는 100만원권 수표 등 모두 2000만원의 돈과 20여개의 통장이 들어 있었던 것. 최 상사는 다행히 손가방에서 분실자인 장모(여)씨의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힌 입금확인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수차례 전화를 걸어 장씨의 남편과 연락이 닿았다. 당시 손가방을 잃어버린 장씨는 은행에 통장 지급정지 신청을 하고 경찰서를 찾아 분실신고를 하고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최 상사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나온 장씨에게 손가방을 전달했다.

장씨의 남편은 작지만 성의를 표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최 상사는 이를 굳이 마다하고 "주인을 찾게 돼 다행"이라며 손가방과 자신의 전화번호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최 상사의 선행은 그가 손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준 지 사흘 후인 18일 장씨가 국방부 홈페이지 열린게시판에 '대단히 고마운 국군장병 아저씨'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장씨는 "군인 아저씨의 선행으로 아주 아찔한 순간을 모면했다"며 "그분은 조그만 성의 표시도 마다했지만 그냥 있기에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워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최 상사는 "통장과 함께 거금을 잃어버린 주인을 생각하니 빨리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단지 군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생각뿐인데 세상에 알려지게 돼 쑥스럽다"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