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blog] '아시안게임 금' 열기 타고 은근하게 데워지는 V - 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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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솔직히 요즘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프로배구 V-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 배구단 단장이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팀 성적이 얼마나 좋아질지, 관중은 많이 늘어날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는군요.

2006~2007 프로배구가 24일 현대캐피탈-삼성화재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3개월여간의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팀 관계자들은 당연히 자기 팀의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가 제일 궁금할 테지요. 하지만 올해는 관중의 호응이 얼마나 커질지 무척 궁금하답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축구.농구 팀이 추풍낙엽처럼 나뒹굴 때 남자 배구대표팀만이 프로팀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건져올렸습니다. 금메달에 대한 국민의 성원이 대단했기에 그 같은 열기가 배구 코트에 고스란히 스며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박세호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은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개막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실토하더군요. 김상욱 현대캐피탈 단장은 "김호철 감독이 큰 일을 해냈다. 아무래도 관중 동원에 보탬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남자 배구가 우승한 뒤 KOVO 게시판에는 대표팀과 후인정.신진식.이경수 선수 등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가 이어졌습니다. "우리 모두 배구장으로 몰려가자"는 글귀도 심심찮게 보였고요.

KOVO는 그 열기를 이어서 그동안 지방에서 열렸던 개막전 장소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정했습니다. 관중 동원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일부 구단만 하던 미디어데이 행사도 올해엔 대한항공을 제외한 전체 구단이 했습니다. 형식도 구단 프런트와 간부만 참석하다가 올해엔 선수들까지 모두 참가해 기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팬서비스에 신경을 쓴다는 징조입니다.

선수 간의 신경전도 대단합니다. 현대캐피탈의 한 선수가 "몸이 근질근질하다. 삼성화재와의 개막전이 기다려진다"고 하자 삼성화재 한 선수는 "우리가 이겨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외국인 선수끼리도 '견제 펀치'가 심심찮게 오갑니다.

삼성화재의 레안드로는 "비디오로 루니(현대캐피탈)가 경기하는 모습을 봤다. 별것 아닌 선수던데 MVP까지 됐단 말인가.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고 합니다.

대한항공의 보비도 "저 정도면 나도 해볼 만하다. 루니를 뛰어넘겠다"고 자신했다고 하네요. 루니는 MVP답게 "우리 팀이 우승하는 데는 아무 장애가 없다. 현대는 최강이다. 나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느긋해했다는군요. 루니와 절친한 친구 사이인 윈터스(LIG)는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루니를 평가해 달라고 하자 "2004년 이후 그 친구의 경기를 본 적이 없다. 기술이 많이 늘었을 텐데, 지금 말하기는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아시안게임 우승에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합세한 올 시즌 배구 코트는 바짝 달구어질 것 같네요.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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