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론|수명은 섭생하기 달렸다|서정돈 교수<서울대의대·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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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89년을 기준으로 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67·1세, 여자가 73·6세다. 즉 89년에 태어난 우리나라의 남아는 평균 67·1세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으며 여아는 평균 73·6세의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최장수국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사람의 평균 수명 (88년 기준)이 남자 75·5세, 여자 81·3세인 것에 비하면 아직 8년 정도 짧아 불만스럽긴 하나 과거에 비하여 평균 수명이 현저히 연장된 것은 반가운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누구나 원하고 있다. 그러나 장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절하는 사람도 있어 수명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이 오래 산다면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과학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동물의 수명은 대체로 성장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의 5배로 추측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의 경우 성장이 완성되는 시기를 20∼25세로 본다면 수명은 1백∼1백20세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수명에 관해서는 과학적 자료도 중요하겠지만 옛 사람의 신비스러운 지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므로 수명에 관한 과거의 자료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수천 년 전 선인들의 지혜까지 인용해 저술한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수명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본래의 수명은 4만2천2백여 일, 즉 1백20세를 살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은 천명, 즉 천지 부모로부터 받은 원기를 말하는데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명에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섭생을 잘못하면 내부가 상하게 되므로 천명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수명을 길게 타고 난 사람도 섭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천수를 다할 수 있으며 건강관리를 잘 하면서 하늘의 뜻을 따르면 흉한 것도 길하게 되고 죽을 것도 생존할 수 있게 되므로 수명과 관련해서도 진인사대천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옛 사람들은 1백세가 넘어도 동작이 약하지 않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나이 50이면 동작이 약해지고 근육도 쇠약하니 시대가 .날라진 때문인가, 사람들이 섭양을 잘못한 탓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지금 사람들은 술을 장으로 삼고, 망령된 짓을 서슴없이 행하며 술 취한 뒤에도 욕심을 억제하지 못하니 정기는 고갈되고 진원이 소모되며 욕심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생리와 기거에도 절제가 없으니 50도 못되어 쇠하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타고난 천명의 길고 짧음도 중요하나 어떻게 갈 가꾸느냐에 따라서 수명이 좌우될 수 있음은 동서고금의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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