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주택대출규제 뒤엔 청와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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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금융'까지 챙기고 나섰다. 명분은 '부동산 거품 잡기'다. "금융이 악의 축"이라는 인식의 연장선상에서다. 세금 등으로 부동산 때려잡기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까지 손을 뻗친 셈이다.

청와대의 행보는 11·15 대책 이후 더 본격화됐다. 당시 '무리하지 않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후 시행 과정에서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무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챙기는' 것이지만 당하는 쪽이 느끼는 부담은 그 이상인 탓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눈치보느라 바쁘다. 청와대 뜻을 거스르기도, 마냥 따라가기도 마땅찮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윗쪽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그렇다고 다 할 수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은행의 건전성 감독 차원이 아닌 부동산 대책으로 사용될 경우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감독정책은 청와대와 여의도(금융감독위원회) 라인에서 나온다. 청와대가 '지시'하고 금감위가 받는 구조다. 자연스레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재정경제부는 뒷전으로 밀렸다.

열쇠는 김용덕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쥐고 있다. 전임 정문수 보좌관이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다면 김 보좌관은 사실상 '금융 책임자'다. 재경부 관계자는 "김 보좌관이 건설교통부차관에서 경제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어진 롤(역할)이 바로 금융 챙기기"라고 귀띔했다.

김 보좌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지난달 말이후 주택담보대출 규제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금융권을 향한 정부의 첫 공식경고였던 지난 12월 7일 권 부총리의 발언(주택가격 거품붕괴로 인하 가계 금융권 위기 가능성) 역시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 나왔다는 후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권 부총리 발언 이후 주택 대출 옥죄기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청와대가 나선 데는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 바로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다. 노 대통령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내가 한국경제를 하면서 제일 첫 목표로 둔 것은 잘 하는 것보다는 실수하지 않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면서 "금융 시스템 붕괴나 한 부분에 큰 고장이 생기면 나머지 부분도 연결돼 있어 큰 파탄이 오기 때문에 잘 관리해 가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인위적 경기 부양을 거부한 것도 '실수'을 낳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인다. 금융에 대한 예상밖의 강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성과를 거두기 위한 공격지향적 운용이 아닌 실수를 없애겠다는 수비적 전술을 강조해왔는데 금융쪽에서 이상 신호가 나오니 놀래 강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나 자칫 거시와 분리된 별개의 금융감독정책이 '실수' 이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목소리가 높다. 전직 관료는 "현재 수준이면 모를까 조금 더 (금융정책이) 강해지면 '잃어버린 10년'을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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