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밤하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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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피막』『코리언 커넥션』등 이 십여 년간 2백 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집필해 온 윤삼육 씨가 자신의 창작시나리오『이태원 밤하늘엔 미국 달이 뜨는가』를 감독 데뷔작으로 내놓았다.
이 영화는『서울 속의 미국거리』로 변질돼 버린 지 오래인 이태원에서 미국문화의 부정적 요소에만 편입된 채 네온사인처럼 살아가는 젊은 군상들의 실재 모습과 거기에서 벗어나 한국인 본래의 심성을 찾고자 하는 그들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탈출 등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성격을 달리하는 등장인물이 많은 게 특징인데 혼혈아 동생을 둔 불량배, 애증심리가 교차하는 폭력배 두목인 아버지와 여대생 딸, 외국인상대 게이와 디스코 걸, 호스티스로 전락한 손녀를 찾아 헤매는 할머니 등 이 그들이다.
빠른 템포의 전개와 리얼한 묘사로 이태원이란 이색지대의 풍속과 생활상을 가장 잘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 영화는 특히 극 중 주요배역중 하나인 게이샤니 역을 실제 이태원의 게이 오윤희가 맡고 있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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