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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되고 보자…/「공약」홍수 폭소·빈축(지자제 표밭현장: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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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민관심 끌 욕심에 턱도 없는 “말잔치”/그린벨트·절대농지 푼다/4년제 대학 유치하겠다/군부대·철도노선도 이전/서울시민에 물값 받겠다
주말과 휴일인 16,17일 이틀간 전국에서 벌어진 지방의회의원 합동연설회장에서는 갖가지 「말의 성찬」이 베풀어졌다.
그린벨트·절대농지 해제,세제개혁,4년제 대학 유치,군부대와 철도노선 이전,댐건설 등 국회의원도 해내기 어려운 공약을 남발하는데서부터 『의원수당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겠다』『3월에 시작한 지자제,3번으로 밀어주자』 등에까지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안간힘이었다.
그러나 공약중에는 많은 후보들이 지방의회의 참기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반영하고 있었으며 관심만을 끌기 위한 인기성인 글자 그대로 「공약」에 그치는 것이 많아 주민들이 귀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 조운동의 W후보는 『춘천시내 절대농지를 해제토록 하겠다』고 밝혔고 C후보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등에 대해 수자원 이용으로 인한 물값을 받아오겠다』고 기염.
후평동의 L후보는 『후평2동을 한국의 정치1번지로 키워 나가겠다』고 정치적 공약을 폈으며 속초의 H후보는 『속초시민은 설악산 국립공원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기성 공약.
속초시 노학동의 B후보와 또다른 B후보는 이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의 단골메뉴인 『4년제 대학 유치』를 제시했으며 원주군 신림면 B후보는 『국립공원 운영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토록 하겠다』고 주장.
강릉시 포남동의 K후보는 『관광자원세를 신설하겠다』고 주장했으며 포남동의 K후보는 『자비로 노인회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약.<춘천>
○…제주지역에서 새 정치1번지로 등장한 신제주 선거구의 합동연설회에서 K후보(52)는 『연동 주민이 낸 세금이 모두 이 지역에 투자되도록 하겠으며 지역의보료도 대폭 삭감,모자란 예산은 전액 국고에서 충당하겠다』고 말해 청중들이 폭소.
H모후보(51)는 『의원으로 뽑아주면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듯 이 지역 물을 팔고 있는 일부 재벌의 생수판매를 중지토록 하겠다』고 주장.<제주>
○…순천 매곡동의 K후보는 검찰청 맞은편에 위치한 군부대를 이전시키고 순천대학에 사범대를 반드시 설치하겠다고 장담.
저전동의 K후보는 순천시 주변 시·군 흡수통합,1년내에 교통혼잡지역 육교설치,도시계획구역 해제,소방도로 개설 등 무려 8개항의 공약을 제시했고 광주 화정2동 G후보(37)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종일유치원 설치,내집마련꿈 실현,국교 2부제 폐지,학군조정을 주장.<순천>
○…대구시 이천1동 선거구의 P후보(39)는 『남구발전에 최대장애가 되고 있는 미 8군캠프 이전문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했고 신천2동의 M후보(47)는 『신천2동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4개 버스노선을 조정하겠다』고 기염.<대구>
○…서울 당산1동의 C후보(53·부동산업)는 『마을금고를 조성해 시골의 땅을 매입,우리동의 공동묘지를 건설하겠다』는 이색적 공약을 제시했다.<서울>
○…부산시 반여2동에 입후보한 L(52)·J(50)·P후보(38) 등 3명은 16일 오후 무지개체육공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고교유치 ▲영세민 생활환경 개선 ▲도로변 벚꽃길 조성 등 구의원으로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들이 냉담한 반응.
충남 천안시 신용동에서 출마한 후보도 『농지를 주거지역으로 지목변경해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등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약을 내걸어 참석자들이 빈축.<부산·천안>
○…17일 낮 경북 영일군 흥해국교 운동장에서 열린 영일군 흥해읍 선거구 합동연설회에서 Y후보(48·상업)는 포항시내에 있는 영일군청을 흥해읍으로 유치하겠다는등 모두 6개항을 공약했고 K후보(49·농업)는 자신을 선출해 줄 경우 『흥해지역 영세어민들이 필요한 방파제시설을 확충해 주겠다』는등 무려 13개항의 공약을 제시. B후보(49·농업)는 『농산물 유통개선으로 농가소득을 증대하고 농산물 가공시설을 확충하겠다』는등 7개항의 공약을 내걸었다.<포항>
○…광주·전남지역 합동유세 이틀째인 17일 유세에 나선 광주지역 후보자들은 『무엇을 해드리겠다는 약속은 안하겠다』고 서두를 꺼내면서도 연설중반에 이르면 어김없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방의회의원들의 권한을 넘어서는 공약가까운 공약을 남발,청중들을 현혹케하기도.
이날 오전 10시반 광주 송정3동 유제장에선 K후보(72)가 「상하수도 신설」을 정견으로 내세웠는가 하면 L후보(62)는 「학구의 재조정」「간선배수로의 정비확장」을 실천공약으로 다짐하기도.<광주>
○…16일 인천 간석4동의 연설회에서 K후보(29)는 「안기부 인천분실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해 안기부가 이제는 기초의회의원 후보임에서도 거론되는 시대변모상을 입증.
그는 『안기부 분실이 간석4동에 위치해 건축규제 등으로 타지역에 비해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안기부 분실을 이전시키고 그곳에 노인복지회관등을 건립하겠다』고 공약.<인천>
○…17일 오후 4시 신제주국교에서 열린 제주시 연동선거구 합동연설회에서 Y후보(50·오현고 총동창회 감사)는 『유지관리비가 엄청난 소위 지방청와대 도지사공관을 당장 매각처분하고 지방자치 재정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도지사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에서 시민과 함께 살며 어려운 도민생활을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제주>
○…대구시 신천2동 선거구 후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기호를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
민모후보(47·기호3번)는 『3월에 시작한 지방자치제 기호3번으로 밀어주자』,천성조 후보(49·기호2번)은 『이 동네는 신천2동,당선자도 기호2번』,최원상 후보(49·기호4번)는 『행운의 4번타자, 기호4번 최원상』 등으로 자신을 대변. 최후보는 특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신천2동 만세』라는 애국가 가사를 변형시킨 연설로 시작,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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