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은행들은 18일 이후의 신규 주택담보대출부터 열흘마다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해 대출 한도나 금리에 반영한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특히 연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400%가 넘거나, DTI가 40%를 웃도는 고위험 대출에 대해선 개인별로 돈을 어떻게 갚을지에 대한 검토자료를 제출토록 시중은행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 빚 갚을 능력 상시 감시=이 같은 지침은 형식적으론 자료제출이지만 대출창구에서는 실질적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6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에 대해 DTI 40%를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대출에 채무 상환 능력을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소득이 연 4000만원일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은행 등 금융권에서 총 1억6000만원이 넘게 돈을 빌릴 수 없다. 또 DTI 40%를 적용할 경우, 부채비율 400%때보다 대출금액이 더 적다면 DTI 40% 방식으로 대출액이 정해진다. 투기지구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6억원 이상 아파트에 적용되던 DTI 40% 규제가 전국으로 확대된 셈이다.
단 1가구 1주택자로, 국민주택 규모(전용 면적 25.7평) 이하이면서 시가 3억원 이하인 주택의 담보대출이나 대출액이 1억원 이하일 경우 자료제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연소득이 적더라도 다른 금융자산이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있다면 규정상으론 고위험 대출로 분류되지만 아예 돈을 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부원장은 "원래 은행에서 대출해줄 때는 담보뿐 아니라 채무 상환 능력도 평가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은행의 시스템이 잘 안 돌아간다면 감독당국에서 강제로라도 돌도록 해주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8일 은행권과 공동으로 '주택담보대출 여신 심사체계 선진화 작업반'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 1월 말까지는 이 같은 원칙 아래 담보대출이 진행될 수 있도록 '모범기준'을 만들어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본점 승인으로 전환하는 등 고강도 대출제한책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실수요가 명백한 사람에게만 대출하고 자금 용도가 불분명하면 대출해 주지 않을 계획이다.
◆ 미성년.고령자에 10조원 대출=금감원이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이 10대와 20대, 70대 이상에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돈은 총 10조3113억원이다. 이들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 총액(161조3884억원)의 6.3%에 해당한다.
이 중 20대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이 5조3265억원이며, 10대의 주택담보대출 총액도 54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신규대출 금지 조치와 만 30세 미만의 미혼 차주에 대해 DTI 적용을 골자로 한 지난해 8.31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대출총액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8.31 대책 당시 이들 계층에 대한 대출총액은 8조9497억원이었으나 올 상반기 말엔 9조4930억원으로 증가했다.
◆ 다주택자는 대출 강제 상환도=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강제 상환 압박도 가해지고 있다. 6.30, 8.31 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해 7월 4일 이후에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이 투기지역의 주택을 살 경우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처분 조건부 대출)이 이뤄졌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올해 7월 4일까지 기존 주택을 팔지 않은 경우 은행들이 강제 회수에 들어갔다.
또 지난해 9월 20일부터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3건 이상일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을 상환해 2건 이하로 줄여야 하는 '축소 조건부 대출자'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9월부터 유예기간이 끝나고 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