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실전논술] 인구 증가는 인류에게 재앙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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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1766~1834)의 '인구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798년이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났지만 인구와 관련된 사회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입에 오르고 있다.

'인구론'이 나올 당시 유럽은 사회.경제.정치적으로 격변기였다. 중상주의와 중농주의 논쟁, 나폴레옹 전쟁과 베를린 칙령, 인클로저운동, 산업혁명, 인구 폭증 등이 동시에 벌어진 시대였다. 무엇보다 충격을 준 것은 프랑스혁명과 그에 따른 유토피아 사상(Utopianism)의 만연이다.

프랑스혁명이 성공하자 유럽은 새롭게 다가올 세상을 꿈꾸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인간 본연의 이성만 잃지 않으면 행복으로 가득 찬 세상, 심지어 죽음까지도 면할 수 있는 영원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는 공상적 사회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유토피아니즘에 깊이 빠진 아버지를 둔 맬서스는 인구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전한 사회'라면 인구나 자원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당시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인구론'의 핵심은 인구 증가와 식량 자원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므로 인구를 억제함으로써 양자 간에 균형을 유지해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가족계획 포스터를 배포해 산아제한을 독려했다. 포스터 속의'하나씩만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란 문구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중앙포토]

그가 말하는 양자의 균형 요소란 인간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기근.질병.전쟁.불량 환경.가혹한 노동 등 이른바 '적극적 억제', 출생 자체를 회피하는 혼외 성생활과 자위.피임.낙태 등 '예방적 억제', 성욕을 참는 금욕이나 결혼을 늦추는 만혼 같은 '도덕적 억제' 요소를 일컫는다. 특히 적극적 억제나 예방적 억제 요소는 인간에게 불행을 주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이론은 당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인구론'은 공허한 이상주의에 경종을 울렸고 나아가 그것을 잠재웠다. 오늘날에도 식량 부족과 인구 증가로 고통받는 후진 국가들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인구론'은 식량 증가에 비해 인구가 과잉되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선진사회가 겪는 저출산 문제와는 동떨어진 것이 되고 말았다. 맬서스는 과잉 인구만 우려했지 저출산과 노령 인구의 상대적 증가로 인한 인구 구조상의 질적 하향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 6.0이었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산 자녀 수)이 1983년 2.1 수준에 이르러 성공적인 인구 정책을 수행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08까지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6보다 낮다. 그야말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면서 심각한 상태의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노령 인구 부양비의 빠른 증가는 사회적 비용 증대와 함께 경제 성장 동력의 쇠락을 초래할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예견케 한다.

시급히 전환점을 찾아야 할 때다. 그러나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저출산 문제를 강조해서도 곤란하다. 또 다시'맬서스의 덫'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혜종 명예교수(전남대.사회교육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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