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영역별로 짚어 보는 저출산 위기…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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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화학회사 바스프(BASF)가 운영 중인 사내유치원 루키즈(Lukids)에서 한 보모가 3세 미만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중앙포토]

결혼 적령기의 남성 5.3%와 여성 17.8%는 일과 가정 생활을 함께 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룬다고 한다. 그만큼 두 가지를 병행하기에는 여성의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 조사(2005)'결과다.

생리휴가와 출산휴가를 당당하게 사용할 수 없고,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는 여성에게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개인의 성취 욕구와 사회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자연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려는 우리나라로서는 우수한 인재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고루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차별 요소를 극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남성들은 흔히 '아이 낳지 않는 여자들은 군대라도 가야 한다''출산하지 않는 여자들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출산을 하지 않으려는 현대 여성을 이기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그들은 남성 지배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고학력 여성일수록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는 사실을 그대로 지나쳐서는 안 된다. 아이를 낳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임신 순간부터 가리고 조심해야 할 것투성이다. 출산의 고통은 한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남에게 맡길 수 있을 때(3세 이상)까지 기르고 나면 여성은 사회에서 소외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몬 드 보부아르(1908~86)는 '제2의 성'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현대 여성의 비극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날 여성은 자신을 자율적인 개인으로 생각하면서 동시에 여성으로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여성의 불행이다."

여성의 자아 실현 욕구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여성에게 일과 출산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저출산을 극복한 선진국들이 출산과 양육을 여성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일로 받아들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현재 초빙교수(가톨릭대.교양교육원)

☞생각 플러스:여성이 일과 출산을 병행할 수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손실을 생각해, 그것을 해소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개인.가정.사회.국가적 차원에서 한 가지씩만 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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