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 '아시안컵+이란' 징크스 깰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아시안컵+이란 징크스를 떨쳐내라!'

07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축구 조추첨식이 19일 오후 열리는 가운데 축구팬들의 관심은 한국대표팀이 아시안컵 징크스를 떨쳐낼 수 있을 지에 모아진다.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무대에서는 위세를 떨치며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아시아 무대에서는 유독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폐막한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에서 20년만의 우승을 노리다 노메달 수모를 겪은 한국은 이제 2010년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대회를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입장에 놓여 있다.

A대표팀 대항전인 아시안컵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초대 대회였던 지난 56년 홍콩대회와 한국서 개최된 60년 대회를 연이어 제패했지만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했다.

무려 47년의 긴 기다림. 성적도 초라했다. 72년과 80년, 88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3차례 차지했을 뿐, 나머지 대회에서는 8강권을 맴도는데 그쳤다.

더욱이 아시안컵 도전사에는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은 처참한 기억이 서려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96년 UAE(아랍에미리트)에서의 수모.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홍명보, 황선홍 등 최정예 멤버를 모두 거느리고도 이란과의 8강전에서 2-6으로 대패했다. 이어진 수순은 사령탑 경질.

새천년을 맞은 2000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3위를 기록하며 약간의 희망을 안겼던 한국은 4년 뒤 중국 대회에서 또 한번 좌절을 맛봐야 했다.

상대는 역시 이란. 한국은 8강전에서 이란에 또다시 덜미를 잡혀 3-4로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컵 징크스와 더불어 이란 징크스가 추가된 셈이다.

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며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탓도 있겠지만 일단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징크스'는 좀처럼 한국을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과의 3~4위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것도 결국 이란 징크스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 정상을 밟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에게 번번이 패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베어벡 감독 부임 이후 한국대표팀은 이렇다 할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최약체로 꼽히는 대만 정도에 손쉬운 승리를 거뒀을 뿐, 좀처럼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년 임기로 지난 7월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베어벡 감독. 사실상 거취를 결정짓는 이번 대회에서 베어벡호가 모든 징크스를 떨쳐내고 다시 강력한 아시아의 왕자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