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별방문 안되자 전화로 “한표 부탁”(지자제 표밭현장: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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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새벽에 욕탕 “출근” 큰 절도/부인경영 미용실 염가봉사등 전략 다양
지자제 선거법이 호별방문을 금지하고 있고 당국의 탈법선거에 대한 단속의지가 강력한데다 시민단체의 감시도 활발해짐에 따라 이번 기초의회 의원 선거운동에서는 이를 피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등장,눈길을 모으고 있다.
적잖은 입후보자들은 단속대상인 가가호호 방문 대신 전화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상가·다방·복덕방·목욕탕 등을 공략하는가 하면 조기청소 참여,부인경영 미용실 염가봉사 등까지 동원하고 있다. 계모임을 빙자한 유권자의 온천행도 최근들어 잦아졌다.
후보자들은 「지역 푸대접 극복」「농어촌 육성세 신설」「공원 신설」 등 독특한 선거공약을 제시,지자제 현장을 서서히 뜨겁게 하고 있다.
○…8일 이후 울산 전화국의 통화량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후보자들이 전화선거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선관위의 분석.
진주시를 비롯한 함양·산청·거창 등 서부 경남지역 후보자들도 후보등록후 방문인사를 피하고 전화등 통신망을 이용,한표 호소작전을 펴고 있다.
○…충남 천안시 원성2동에서 출마한 원종관씨(48·상업)는 새벽부터 Y목욕탕 등을 찾아다니며 목욕하는 자리에서 『한표를 부탁합니다』라며 큰절을 하거나 악수를 하는 방법을 동원.
충남 홍성읍에서 출마한 이모씨(54·인쇄업)는 관내다방을 순회하면서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코피값을 내주는 선거전략도 구사.
춘천시 죽림동에 등록한 신진태씨(47)는 지하상가를 순회하는 한편 10여년전부터 경로잔치 등을 하며 닦은 기반을 활용,복덕방을 방문해 노인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상가는 빼놓을 수 없는 선거운동장소. 천안시 불당동 안모씨(53) 상가의 경우 입후보자인 S·K·Y·O씨 등이 문상을 겸해 찾아와 문상객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순천시 중앙동 출마예상자인 김모씨는 선거운동이 금지된 통·반장들에게 파고들어 유권자들의 성향 등을 파악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순천시 장천동 출마예상자인 J씨(32)는 대학 학생회장 경력을 무기로 젊은층을 파고들면서 선거법 저촉을 우려,참모를 두지않고 단신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전주시 서신동 출마예상자로 알려진 박모씨(56)는 자신이 쓴 수필집과 자신의 청소년 선도활동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썼으나 상대후보측이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천군의 C선거구에 출마를 굳힌 이모씨(52)는 후보등록일인 8일 부인을 통해 미용실을 개업,1만2천∼1만5천원씩 하는 퍼머비용을 3천원씩에 봉사해주는 전략을 동원. 이씨는 미용사인 부인외에 대구에서 미용사 2명을 초빙,드라이와 커트 정도는 무료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씨족표 확보를 위한 집성촌 공략도 활발해 청원군 가덕면의 윤해진 후보(49·의용소방대장)는 마을 파평 윤씨들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에 대항,경쟁자인 유호봉 후보(45·건설업)는 고령 신씨와 초계 변씨 문중의 줄잡기에 분주.
○…독특한 공약도 만발해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서 입후보한 정모씨(35·상업)는 ▲농어촌 육성목적세 신설 ▲농산물가격의 상품화 ▲덕산 도시계획 기반구축 등을 제시.
인천 북성동에서 출마한 김모씨(61·건설업)는 낙후된 중국입촌 재개발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인천 부평2동의 이모 후보(54·인쇄업)는 『지역에 일제때 지은 「판자집」이 남아 있고 어린이 놀이터 하나 없다』며 『부평2동 푸대접을 극복하겠다』고 주장.<전국종합>PN JAD
PD 19910311
PG 22
PQ 01
CP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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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 01
CS A06
BL 796
TI 일선 통반장들 잇따라 사표/지방의회 출마·후보 지원
TX ◎“발넓어 운동원 최적”… 민원업무 차질
당국이 불법선거운동 단속을 위해 공무원 1만명을 동원,행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선 통·반장들이 지방의회 출마나 후보자 지원을 위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는 바람에 민원업무처리 지연등 행정 공백상태를 빚고 있다.
50대 이상 고령자들이 대부분인 통·반장들은 오랫동안 대민업무를 맡아 지면이 넓은데다 지역사정에 밝아 후보자들에게 경쟁적으로 포섭돼 현직을 갖고 선거운동을 할 경우 지방의회 의원선거법에 저촉돼 사표를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선 행정기관은 민원업무 차질은 물론 각종 행정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많아졌다.
인천시의 경우 중구 신흥동장 정모씨(60)가 구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9일 동장직 사퇴와 더불어 입후보등록을 마쳤고 중구 북성동 6통장 엄모씨(57)는 구의원 입후보자 김모씨(61)의 선거사무장직을 맡기 위해 8일 통장직을 사퇴했다.
10일 현재 지자제선거와 관련,인천시내에서는 동장 1명,통장 20명(중구 7·동구 2·남구 2·북구 2·남동구 3·서구 4명),반장 18명(중구 9·남구 6·남동구 1·서구 2명)이 구의원 입후보 등록마감일인 13일까지 사퇴를 밝히고 있다.
충남 도내에서도 기초의회의원 입후보나 운동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11일 현재 48명의 이장·반장들이 사표를 냈으며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표를 낸 사람을 시·군별로 보면 ▲천안시 13명 ▲공주시·군 각 6명 ▲보령군 7명 ▲천안군 5명 ▲부여군 3명 ▲논산군 2명 ▲청양군 2명 ▲온양시·홍성군·서산군·연기군 등은 각 1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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