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현 주상복합 단지' 로비의혹 제대로 추진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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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인 K사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11일. 탄현역 인근 1만7200여평의 주상복합 아파트 예정지(일산서구 탄현동)는 잡초만 무성해 을씨년스러웠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은 일산 신도시보다 낮게 평가돼온 탄현 지구 부동산 시장의 호재였다"며 "자칫 사업이 축소되거나 지지부진해져 지역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탄현동 주상복합은 어떤 곳=D산업개발은 지난 4월 중순 탄현역 인근에 국내 최대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K사를 시행사로 한 이번 사업은 사업비 1조9000억원, 연면적 20여만평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 분당의 '파크뷰'와 비견되는 초대형·초고층으로, 추진단계서부터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명물로 기대돼 부동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 주상복합은 지상 59층짜리 7개동 2800가구로, 근린상업시설과 함께 2011년 1월말 완공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내년 3월1일 착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행사인 K사가 용지매입과 용도변경, 고도제한 완화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 및 고양시 공무원, 고양시 의회의원 등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K사는 현재 고양시에 교통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 반응=탄현역 일대는 1990년대 말 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된 후 여러 업체가 개발을 추진해왔으나 과다한 상업시설비율 등 크고 작은 문제로 인해 나대지로 방치돼 온 곳이다.
'고양시의 마지막 금싸라기'로 불리면서도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하던 이곳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계획이 발표되면서 연초까지 꿈쩍 않던 주변 아파트 시세가 급상승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사업 성공여부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탄현동 T부동산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 4월은 전반적으로 아파트 시세가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지만, 주상복합아파트 건설발표가 주변 부동산 시장의 상승 분위기를 북돋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산동 L부동산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도 "탄현 지구는 학군, 교통, 편의시설 등이 일산 신도시보다 떨어져 두 지역간의 가격차가 컸다"며 "고급 주상복합이 들어선 분당·목동 사례에 비춰 탄현 지구의 호재로 기대감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현재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관망세여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말하긴 어렵다"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지 여부에 따라 반응이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사업 차질 없을까=당초 구상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양시는 11일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시 적용되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을 500% 이하에서 450% 이하(주거대 상업시설의 비율은 기존대로 9대1 유지)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재개정안을 공포했다.
재개정안은 탄현동 주상복합아파트부터 적용된다. 용적률 하향은 사업 수익과 연관되기 때문에 사업규모 축소가 예상된다.
고양시의 행정절차가 늦춰진데다 아직 끝나지 않은 토지 매수 문제도 남아있다.
고양시는 지난달 시행사 K사가 제출한 교통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관련기관 및 고양시 주무부서에 검토를 요청한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터져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행정절차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교통영향평가 초안에 학교건립 계획 등이 빠져있어 경기도 승인을 거쳐 확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토지 매수율이 80%를 약간 웃도는 상황이어서 이의 해결도 만만찮은 문제다.

◆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 로비의혹 사건 철저조사 요구=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공동대표 김인숙·최태봉)는 7일 이번 사건의 철저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양예산감시네트워크는 "2005년 11월 건설업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고양시의회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강력히 반대했었다"며 "시의회가 폐기한 조례안을 일부 수정해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추진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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