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핵군축' 주장에 회담장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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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 개막식이 열린 댜오위타이(釣魚臺) 내 방페이위안(芳菲苑) 회담장엔 18일 대형 6각 테이블이 설치됐다. 6개국을 상징하는 6각 테이블이 13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6각 테이블을 중심으로 의장국인 중국이 가운데 앉고 시계 방향으로 한국.러시아.미국.북한.일본 대표단이 각각 자리를 잡았다.

남과 북은 서로 마주보는 지점에 자리했고 북한 대표단의 왼쪽엔 일본이, 오른쪽엔 미국 대표단이 앉았다. 수석대표를 포함해 5명씩으로 구성된 각국 정식 대표들이 맨 앞줄에 앉았고, 그 뒷줄엔 회담을 지원하는 당국자들이 나라마다 10명씩 자리했다.

한국 대표단은 맨 앞줄 중앙에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이용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황정일 주중 대사관 공사가, 왼쪽에 박선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임성남 외교부 장관 특보가 자리를 잡았다. 회의장엔 시종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이날 회담의 2단계 회의는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의 기조발언으로 초반부터 술렁거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김 수석대표가 '핵군축회담'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은 진위와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회담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북한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개막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제 핵 보유국이 됐고 6자회담 틀 안에서 금융제재를 논의할 수 있게 돼 6자회담에 나온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회의장 주변에선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게 북한의 진짜 의도"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 해제 문제를 논의하는 북.미 실무협상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 협상은 이르면 19일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이 실무협상의 책임자로 정했다.

베이징=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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