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떨어지는 경제 기초체력 잠재성장률 5년 후엔 4%대 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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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급속한 고령화 때문에 불과 5년 뒤부터 10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5년 뒤면 다음 정권 말기이므로 '경제 살리기'가 차차기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차기 정권이 집권 중 성장동력을 회복시키지 못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부터 2%대 후반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따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명암을 달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18일 기획예산처 산하 '비전2030 민간작업단'은 2011~2020년의 잠재성장률은 4.3%로 2006~2010년의 4.9%에 비해 0.6%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투입하면서도 물가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가리킨다.

◆경제성장률 2%대까지 하락=최근 경기부진과 성장동력 저하는 모두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무관치 않다. 잠재성장률은 1982~90년 8.6%에 달했으나 이후 91~2000년 6.3%로 하락한 뒤 2001~2005년 중 4.4%로 하락했다.

잠재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더욱 위축되고 있다. 예를 들면 2001~2005년의 잠재성장률은 4.4%로 추정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2003~2005년 3년간 실제 성장률은 3.9%에 그쳤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이 지속되면서 기업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등 경제가 오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성장률 낮춰=성장 능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의 저하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2021~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2.8%로 내려갈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과거에는 자본과 생산성이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앞으론 취업자 수 부족과 근로시간 감소 등 일손 부족이 문제라는 뜻이다.

작업단은 외국도 이런 경험을 겪었으나 적극적인 정책 대안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경우 90년대 초반까지 출산율이 하락했으나 출산 장려 정책에 힘입어 상승세로 반전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여성의 시간제 고용 확대 정책으로 90년대 이후 출산율이 상승했다.

◆불확실성이 투자 위축시켜=기업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만드는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도 성장 동력 약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70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수익성의 변동성 증가와 설비투자' 보고서를 통해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기업의 총자산영업이익률(ROA)의 추이를 조사한 결과 변동성이 클수록 설비투자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특히 2005년에는 약 1.1%의 설비투자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완화 못지않게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불확실성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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