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경영진 대폭 교체 … 전자 사령탑 김쌍수 부회장서 남용 부회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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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LG전자.LG필립스LCD 등 주요 계열사의 사령탑을 3년3개월 만에 교체했다.

LG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남용 ㈜LG 전략사업담당 사장을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내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남 부회장은 내년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이사를 맡을 예정이다. 김쌍수 부회장은 ㈜LG 전략사업담당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또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에 강신익 부사장,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에 안승권 부사장, 한국마케팅부문장에 박석원 부사장을 각각 임명하고 정호영 상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겼다. LG필립스LCD도 구본준 부회장 후임 CEO로 권영수 LG전자 CFO를 내정했다. 구 부회장은 LG상사로 옮길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의 이번 인사는 CEO 교체를 통해 회사 분위기를 바꾸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략적 경영을 펼치는 남 부회장은 '불도저식 경영'으로 불리던 김쌍수 부회장과 스타일이 전혀 달라 향후 LG전자 경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신임 남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LG전자 LA지사, LG 경영혁신추진본부장, LG텔레콤 대표이사 등을 거친 '정통 LG맨'이다. LG전자에 입사한 후 35년 동안 줄곧 창원공장에서 보낸 '현장통'인 김쌍수 부회장과는 경영 방식이 사뭇 다르다. 김 부회장은 2003년 9월부터 LG전자를 이끌며 북미시장에서 9%에 머물던 인지도를 지난해 말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뚝심을 보였으나 올 들어 LG전자의 실적이 주춤하면서 퇴진설이 나돌았다.

LG전자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신임 남 부회장의 과제다. 주력 업종인 디스플레이와 휴대전화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도 발굴해야 한다.

LG필립스LCD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재무 전문가인 권영수 사장을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2분기 연속 3000억원대의 적자를 본 상황에서 8세대 라인 등 공격적 투자보다는 원가절감 등 수익경영으로 이끌어가면서 일단 난관을 헤쳐가겠다는 포석이다. 이날 LG필립스LCD는 권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주주인 필립스 측에서 절차상 이유를 들어 신임 임원 인사 결정을 내년 주주총회로 미뤘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펼쳐 온 경영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루려는 분위기 전환의 의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김창우.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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