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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돈 예산' 고발자에 6천만원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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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방공무원 A씨는 지난해 초 경기도에서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술이나 마시자"며 불려나가 한동안 푸념을 들었다. 열심히 뛰어도 적자 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얘기 끝에 친구는 남양주시청에서 용역을 따낸 뒤 쉽게 이익을 내는 업체가 있다는 소문을 꺼냈다. "무슨 특혜가 있는 것 아니야"라는 친구의 말이 A씨의 기억에 남았다.

그후 A씨는 친구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시간 날 때마다 남양주시청에 들어가 '정탐'을 했다. 용역공고도 꼼꼼히 챙겨봤다. 친구 회사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용역의 시가도 어림잡을 수 있었다. 다른 지방도시와 용역계약을 해본 업체들의 경험담이 큰 도움이 됐다.

A씨는 시청 측이 시가보다 많은 용역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심증을 굳혔다. 다만 결정적인 내부자료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망설이던 A씨는 '당돌하게' 모아둔 자료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제출했다. 또 자신의 추론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함께 제출했다. 지난해 4월이었다.

부방위의 의뢰를 받은 감사원은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남양주시가 용역업체에 2001~2002년 10억1천만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업체가 용역대금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 비용을 부풀려 원가계산을 했고 시청 측은 이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 2년간 지출한 청소용역비가 1백억원 정도이므로 예산의 10% 정도를 낭비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부방위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당 집행을 고발한 A씨에게 6천3백75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7일 밝혔다.

부패방지법은 공직자의 부패나 예산 낭비를 신고할 경우 보상하도록 돼 있다.

한편 감사원은 남양주시가 부당 집행된 예산을 전액 환수했으며 담당 국장 등 관련 공무원 5명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 5명은 다른 부서로 인사조치됐을 뿐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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