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시리아도 “한몫”차지(걸프 종전후의 세계: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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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승자와 패자/요르단과 PLO는 궁지에/후세인왕 국내 인기는 크게 올라
개전 43일만에 막을 내린 이번 걸프전쟁의 가장 큰 승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미국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쿠웨이트 해방이라는 전쟁목표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또다른 전쟁목표인 이라크의 무력화에도 완벽하게 성공했다. 냉전 이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제질서 속에서도 변함없는 미국의 힘을 입증한 셈이다.
가장 큰 패자는 물론 이라크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무조건 항복이라는 치욕은 스스로 내건 「성전」의 의미를 무색케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가장 직접적 교전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이라크 두나라를 제외했을 때 과연 이번 전쟁의 승자는 누구고,패자는 누구일까.
엄밀하게 말해 미국편에 가담,이라크에 대항한 다국적군 참여국 전부가 이번 전쟁의 승자라고 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 관점에서의 승리일 뿐이다. 29개 다국적군 참여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승리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오직 부시 미 대통령만이 7일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승리했다』고 자신있게 말했을 따름이다.
미국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했을 때 이번 전쟁의 뜻밖의 승자는 이란과 터키,시리아와 이집트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전쟁기간중 중립을 지키며 끝까지 성실한 중재자역을 자임한 이란은 이번 전쟁으로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행운을 안게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년 8월 걸프사태 발발과 때를 같이해 이라크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빼앗은 땅을 자진해서 돌려줌으로써 이란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실지를 회복했고,이라크의 참패로 이란은 아랍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종교적으로 이란과 같은 이라크내 시아파 회교세력의 반발로 증폭되고 있는 사담 후세인정권의 동요현상은 이란이 이번 전쟁의 승자 가운데 하나임을 확인케해주고 있다. 호메이니옹의 회교원리주의에서 비롯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중동의 중심세력으로 재등장,과거 페르시아제국의 역사적 지위를 회복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싸움은 미국이 했지만 승리는 시리아가 가져갔다」고 일부 서방언론이 꼬집을 정도로 시리아는 이번 전쟁으로 큰 호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국내외적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미국편에 가담,2만명의 병력을 사우디아라비아 전선에 파견했다.
그의 이같은 「외교적 도박」은 그대로 맞아떨어져 시리아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미국 및 친미 아랍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동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5,6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개최된 아랍 8개국 외무장관회담은 시리아의 승리를 공동확인하기 위한 모습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연합·바레인·카타르·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과 이집트·시리아 등 8개국이 참여한 이 회담에서 이집트와 시리아 두나라는 아랍평화유지군이란 이름으로 앞으로도 계속해 걸프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키기로 합의했다. 주둔의 대가로 GCC 회원국들은 이 두나라에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시리아는 이집트와 함께 중동의 경찰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라크와 함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요르단은 이번 전쟁의 또 다른 패자로 평가되고 있다.
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은 쿠웨이트를 점령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지지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당화하는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 결과 PLO는 앞으로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팔레스타인 세력을 대표하는데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오래전부터 PLO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이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요르단의 후세인왕은 이라크에 대한 금수조치를 위반하고 공개적으로 이라크편을 들고 나서는 등 걸프사태 기간을 통털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왔다. 요르단 전체인구의 7할 이상이 팔페스타인 출신임을 생각할때 그의 그같은 선택은 정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아무튼 이라크의 패전으로 요르단 또한 유·무형의 피해를 예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요르단내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후세인왕의 인기는 더욱 올라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향후 전개될 팔레스타인 문제해결 협상에서 그가 아라파트 의장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요구받게 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미국의 전쟁비용
걸프전쟁 월남전 한국전 2차대전 1차대전
전비(억달러) 600 1,406 500 3,600 327
GNP대비(%) 0.9 14 15 188 43
(걸프전쟁 전비는 미 의회 추정. 이중 535억달러는 한국 5억달러등 타국의 협력)
총비용(억달러) 공습비용 지상전 전후비용 철수비용 기타
600 133 21 70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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