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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연대」의 신선한 충격/전영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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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2면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라는 긴 이름의 정치그룹이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기인 회의를 갖고 발족됐다.
대학교수·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정치아마추어들이 모인 이날 발기인 대회는 정치목적의 명확한 규정과 참여인사의 자격을 놓고 약간 이견을 보였으나 토론문화에 익숙해 있는듯,논점을 명확히 말하고 반론이 두세차례 제기되면 사회자는 즉석에서 결론을 내리거나 합의를 도출해 지도부로 위임했다.
만세삼창등 큰 목소리는 없었으나 그들이 제시하는 「연대회의 운동목표와 과제」를 취재한 기자는 약속위반과 분노의 감정이 어우러져 하루도 영일이 없는 정치판과 비교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주장과 지향하는 바는 대충 이렇다.

<목표> ▲시민참여를 통한 지역민주주의의 실현 ▲지역공동체 형성을 통한 지역문제 해결▲시민참여를 통한 신명나는 정치문화 형성

<과제> ▲지자제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각성과 계몽(시민정치교육운동) ▲지역별 문제와 정책과제개발(정책선거운동) ▲금권타락선거 방지와 깨끗한 선거캠페인(선거문화운동) ▲민주시민세력의 조직화와 지도력양성 발굴(시민대표 의회보내기운동).
교수출신의 한 발기인은 『지방자치제는 중앙집권정치에서 소외된 시민들의 참여를 실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생활과 사회의 주체인 시민이 지역사회에 민주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인간의 자아실현과 지역민주주의,나아가 국가사회의 민주화와 평화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정치아마추어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마치 정치교과서를 보는 것 같은 이상주의에의 경도를 읽을 수 있었지만 그들의 면면은 『이렇게 해서라도 새로운 정치문화형성의 실마리를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보수와 진보,원로와 중견·20대 젊은이가 함께 했고 직종도 교수·변호사·공인회계사·환경운동가·샐러리맨 등 다양했다.
가장 비정치적 성격을 가진 이들이 기존 정치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체성을 잃지 않고 나아갈지,말 뿐인 설교집단이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지방선거에서 지방정치가로 성공해 「시민세력」을 구축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벌거벗은 권력투쟁을 정치의 모든 것으로 아는 프로정치꾼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으면 하는 뜻에서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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