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신간] 질문과 과녁 外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 질문과 과녁(정진규 지음, 동학사, 1만3천원)='정진규 짧은 시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정씨가 시작활동 40년 만에 내놓은 첫 산문집이다. 시인은 지적인 방법이나 윤리적 주장을 위한 도구로 시가 전락하거나 화자의 우월적 포즈에 의해 관념적이 된 시가 창궐하게 된 현실을 비판하고, 그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몸시(詩)'와 '알시(詩)'를 내놓게 된 자신의 시론의 핵심을 소상하게 털어놓는다.

◇ 하늘과 땅(산도르 마라이 지음, 솔, 1만원)=베스트셀러 소설 '열정'으로 명성을 얻은 헝가리 출신 작가 산도르 마라이의 수상록. '하늘과 땅'의 서문만으로도 책의 진가는 가늠된다. '내 영혼 안에는 인도(印度)의 온갖 지혜가 자라고 있지만, 한번은 카페에서 술 취한 돈 많은 사업가와 주먹질하며 싸웠다… 이성의 보다 고귀한 힘을 믿으면서도 공허한 잡담을 늘어놓는 아둔한 모임에 휩쓸려 내 인생의 저녁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리고 사랑을 믿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인들과 함께 지낸다…'.

◇ 낙하하는 저녁(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9천원)='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이자 '여자 하루키'라는 별명을 얻은 작가의 장편 실연(失戀) 소설이다. 8년이나 동거한 남자 다케오의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 빼앗아간 원망스러운 여인 하나코. 그러나 하나코를 결코 미워하지 못하고 룸메이트로 받아들이는 리카의 이해 못할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리카와 하나코의 기괴한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을 소유.집착과 혼동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하나코와 만나게 된다.

◇ 너도 내가 그립더냐(유영봉 엮음, 늘푸른소나무, 9천원)=고려.조선시대 여류시인.기생.첩.천민들이 쓴 '남녀상열한시'들을 모았다.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은 '보드라운 젖가슴'이란 한시에서 희고 보드라운 젖가슴을 '응지(凝脂.여인의 희고 보드라운 살결)에 포도로 점을 찍었다'며 관능적으로 묘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