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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심리적 노예 벗자" 외친 흑인의식운동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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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반투 스티브 비코. 그는 넬슨 만델라 등 주요 흑인 지도자들이 1960년대 초반 대거 체포된 후 새로운 시각에서 흑인운동의 공백을 메운 인물이다. 그는 흑인의식운동을 주창했다. 흑인의식이란 그 어떤 침략도 받지 않았던 이전의 상태, 욕망 때문에 자아를 상실하지 않았던 때의 의식이다.

그들은 피부색 때문에 '흑인'이 된 것이 아니었다. "유대인들을 창조한 사람은 바로 반(反)유대주의자들"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백인'은 빈곤.무지.복종의 동의어로 '흑인'을 만들어냈다. 비코가 선언했던 흑인의식운동이란 흑인들의 내면을 세뇌시킨 서구적 가치와의 투쟁이며, 흑인들조차 스스로를 비하하게 된 심리적 노예상태에서의 해방이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흑인만의 해방이 아닌 인간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주인공은 흑인이지만 저자가 백인이고 독자가 우리들일 수 있는 이유다.

3백만명의 백인이 2천만명 이상의 유색인종을 전국토의 13%에 격리시켰던 곳이 비코의 '조국'이었다. 국가는 스물여섯의 그에게 보안관찰 처분을 내려 그의 사상을 침묵시키고, 5년을 못 기다려 77년에는 그의 사고마저 정지시킨다. 보안경찰에 체포된 비코는 '전향'조차 불가능한 피부색을 이유로 심한 고문 끝에 사망한 것이다.

이 책은 그의 백인 친구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언론인 도널드 우즈가 썼다. 책의 제목 중 '아자니아(Azania)'는 '흑인들의 땅'이란 뜻으로 '해방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의미한다. 극심한 검열 속에 쓰이고 망명을 통해서야 출판이 가능했던 책이다. 인종을 초월한 이 두 사람의 근본적인 인류애는 87년 '자유의 절규(Crying Freedom)'란 영화로 제작됐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간디'의 리처드 아텐버러가 감독하고 케빈 클라인과 덴젤 워싱턴이 열연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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