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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매력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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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른바 '반값 아파트'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기존의 국민임대주택에 더해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공이 분양한 주택을 나중에 되사는 환매조건부 주택을 통합 공급하려는 공공주택 특별법까지 검토되고 있다. 반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소식은 분명 무주택 서민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과대 포장돼 기대감만 부풀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은 공공의 택지 확보와 재정 부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과연 이러한 주택 유형이 제공하는 실익이 무엇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환매조건부 주택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시세차익)을 공공이 환수하기 위해 고안된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일반 분양주택에 비해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는 까닭은 주택을 소유해 얻을 수 있는 미래 자본이득을 포기하고 공공에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환매조건부 주택은 본질적으로 분양대금에 대한 금융비용 등을 보존해 주는 장기 전세 계약 형태의 공공임대주택과 다를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주택가격이 오르면 세입자의 전세금처럼 환매조건부 주택을 되판 자금으로는 다른 일반 분양주택을 구입하기 힘든 상대적 박탈감을 여전히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환매조건부 주택은 동일한 기간 동안 거주 안정성을 보장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 오히려 장기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비싸고, 분양대금의 목돈을 마련해야 하며, 각종 세금과 유지 보수 비용이 들고, 계약조건에 따라서는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마찬가지로 토지임대부 주택을 일반 분양주택에 비해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는 이유는 토지를 임대받는 대신 미래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건물은 소유하기 때문에 건물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은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와 달리 건물은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한다. 또한 토지는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급이 제한돼 있어 시장에서 희소성이 더하다. 따라서 노후화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토지와 건물의 가격 차이가 벌어져 토지임대부 주택을 팔고 일반 분양주택을 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는 주택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지속되기 때문에 건물가격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오히려 토지임대부 주택은 장기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매력이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하락할 건물을 소유하면서 지상권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비싼 값을 지불하고, 분양대금의 목돈을 마련해야 하며, 각종 건물분 세금과 유지 보수 비용이 들고,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은 모두 무늬만 분양주택이지 실제로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빛 좋은 개살구처럼 '값싼 분양주택'이 아닌 '값비싼 임대주택'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값싼 분양주택'의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택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공공택지에서 이러한 주택 유형이 일반 분양주택이나 장기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대체해 공급된다면 기존 주택시장의 안정을 저해할 것이다. 특히 30년 국민임대주택과 같은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따른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토지나 건물을 분양해 비용을 즉시 회수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이 대체 공급된다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