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성능은 수퍼컴, 덩치는 미니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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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연세대에 설치된 WCCS 2003의 모습. 장롱 크기의 수퍼컴퓨터와는 차이를 보인다. 사진 뒤의 에어컨과 크기가 비슷하다.

'수퍼컴퓨터'라고 하면 연구소에나 있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을 떠 올릴 수 있다. 가격도 수백억원은 넘어 일반 사용자는 이를 살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이다. 수퍼컴퓨터는 말 그대로 수천만 개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입력해도 그 결과치를 1~2초면 연산한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폭설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도 기상청에 있는 500억원짜리 수퍼컴퓨터 덕분이다. 이처럼 엄청난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수퍼컴퓨터의 위세도 지금은 많이 꺾였다. 예를 들어 1991년 크레이 Y-MP C916 기종은 최대 10기가Flops(1초당 연산속도)의 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현재 2.2기가Hz의 AMD CPU를 갖춘 4개의 컴퓨터를 연결하면 이 정도의 성능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결국 개인용 수퍼컴퓨터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퍼컴퓨터에 퍼스널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수퍼컴퓨터의 전용 보관 장소가 아닌 일반 전산실에서 수퍼컴퓨터급의 처리속도를 낼 수 있는 '윈도 컴퓨트 클러스터 서버(WCCS) 2003'을 출시했다. 윈도 운영체제로 수퍼컴퓨터의 성능을 내는 솔루션이다.

이 회사 서버마케팅 총괄 김성재 이사는 "윈도라는 익숙한 플랫폼으로 수퍼컴퓨터를 구현했기 때문에 전문 기술자가 아닌 일반 대학교수들이나 연구원들도 보다 쉽게 수퍼컴퓨터에 접근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수퍼컴퓨터는 각각의 클러스터를 설치하고 구동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MS의 WCCS 2003은 윈도 기반이어서 설치작업이 어렵지 않다. 기존의 윈도이용 컴퓨터 네트워크와 손쉽게 연결돼 업무의 생산성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병렬컴퓨팅 기반의 수퍼컴퓨터 시장은 리눅스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MS는 리눅스 기반 수퍼컴퓨터 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가격경쟁력과 사용 편의성을 내세워 앞으로 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한국MS는 교육 및 기업의 중소규모 고성능컴퓨팅(HPC) 프로젝트를 집중 공략해 연내 30여개의 사용자 집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팻 필로테오 MS HPC 담당 기술영업 이사는 "WCCS 2003은 난이도가 높은 계산을 자주하는 과학.공학은 물론 비즈니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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