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속도엔 이라크군 퇴각행렬/쿠웨이트 시민들 “V”사인 환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 항공모함 레인저호에서 출격했던 전투기 조종사들은 이날 북쪽의 이라크국경을 향해 뻗어있는 쿠웨이트 고속도로위에는 줄행랑치는 이라크군 장갑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조종사는 고속도로로 후퇴하는 이라크군에 대한 공격에 너무 많은 미군기들이 투입돼 공중충돌의 우려마저 대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이라크군이 퇴각로로 이용하고 있는 주고속도로와 부도로에는 이라크군 행렬이 35㎞ 정도나 뻗어있었으며 이라크군의 대공포격은 경미했다고 말했다.
○야음 틈타 무질서한 퇴각
○…쿠웨이트 저항군의 지도자 아부 파드 대령은 미국 CBS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군들이 야음을 이용,25일 밤 11시쯤부터 화기와 차량,심지어는 일부 병사들도 버려둔채로 무질서하게 퇴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드 대령은 또 이라크가 테러행위와 조직적인 처형을 자행했다는 다국적군의 주장에 대해 『당신들이 들은 모든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나는 한 여자가 큰 나이프로 찔리고 총 2발을 맞아 죽은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시신이 쿠웨이트시의 한 스케이트장에 쌓여있다고 덧붙였다.
○…다국적군이 접근한 쿠웨이트시 교외지역에서는 쿠웨이트 망명정부가 집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연도에 나와 환호하는 가운데 일부는 지나가는 미군병사들을 껴안거나 키스하면서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기도 했다.
미국 CBS방송의 한 특파원은 시중심가로 이르는 도로상에서 『시민들이 깃발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고 전하고 길에서 만난 한 쿠웨이트인이 쿠웨이트 경찰대가 도주하는 이라크 병사 약 4백명을 잡아 한 슈퍼마킷의 지하에 감금해 놓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에 있는 한 쿠웨이트군 관계자는 약 3천명의 이라크 병사들이 북쪽으로 도주하다 쿠웨이트 저항군 지도자들에게 투항한 것으로 전했다.
○시민 수천명 인질로 삼아
○…쿠웨이트의 저항군 지도자들은 『퇴각하는 이라크군이 쿠웨이트내 회교사원이나 학교 등지에서 수천명을 강제로 연행,인질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26일 후세인이 바그다드 라디오방송을 통해 행한 철군명령 연설은 이라크군이 30여개국 다국적군에 맞서 이미 승리를 거두었지만 다국적군의 이라크포위와 침략 등 주변상황으로 철수하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히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후세인은 이 연설에서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한 부분이 됐던 90년 8월9일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신의 도움으로 승리는 달콤하다』는 말로 연설을 끝맺는등 철수결정이 「항복」을 의미하지 않음을 강조했다.<외신 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