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여자핸드볼, 5연속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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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핸드볼 대표선수들이 활짝 웃으며 목에 건 금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위와 아래의 얼굴사진은 원래 하나의 사진이었으나 얼굴을 보다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분리해 배치했다.도하=변선구 기자

여자 핸드볼은 달랐다. 그리고 여전했다.

소위 인기 종목과는 달랐고, '투혼과 희생'은 그대로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결승전에서 카자흐스탄을 29-22로 꺾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고 5연패를 달성했다.

▶"서러움을 먹고 여기까지 왔다."

강태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가장 값진 금메달'로 꼽혔고, 2004년 아테네에서 온 국민을 울리며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땄지만, 대접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은 그때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우선희(28.삼척시청)는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2004년 10월 결혼했다. 다섯 살 연상인 남편이 '빨리 결혼하자'고 성화였지만, "아테네까지만 참아 달라"고 했다. 결혼 후엔 "빨리 아기를 갖자"고 하자 "베이징에선 꼭 금메달을 딸 테니, 그때까지만 참자"고 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는 유럽 스카우트 1순위다. 실력파 선수들은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받는다. 국내에선 3500만원을 넘지 않지만 대부분은 30줄에 들어서야 해외로 나간다. 열악한 국내 팀 사정상 주전 선수 한 명이 나가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다. "후배 얼굴을 보면 빨리 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희생이 몸에 배어 있다.

▶"독하기로 하면 핸드볼을 따라올 데가 없다."

수십 년간 변하지 않은 태릉선수촌의 진실이다. 다른 구기 종목은 아침에 몸을 푸는 정도지만, 핸드볼과 하키는 트랙을 15바퀴나 돈다. 주말이면 전체 선수가 선수촌 뒷산 불암산 정상을 왕복하는 '크로스컨트리'에 참가한다. 핸드볼 선수들이 상위권을 놓친 적이 없다.

▶"핸드볼 귀신들이 있다."

다양한 전술과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한국 선수들을 보고 다른 나라 코치진은 혀를 내두른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몸이 작은 일본.중국을 상대할 때 '투 피벗' 시스템을 썼다. '피벗'은 수비진 한가운데 서서 상대 선수와 몸으로 싸우는 자리다. 두 명의 피벗 김차연.허순영이 상대 진영 깊숙이 포진하자 중국.일본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도하=강인식 기자<kangis@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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