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자금지원” 또 논란/경제(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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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율화 빛바랜 시은행장 인사
수서의혹사건은 경제쪽에도 깊은 파장을 남겼다. 정부에서는 경제팀장인 부총리와 건설부장관이 갈렸다.
사건의 진원지인 한보그룹은 정태수 회장의 구속 뒤 법정관리·제3자 인수 등이 거론됐으나 주거래 은행등의 지원아래 3남 정보근 부회장 대행체제로 경영을 꾸려가고 있다.
○경제정책 일관성에 역점
○…이승윤 부총리의 퇴임으로 6공들어 3년여만에 3명의 부총리가 퇴진,평균재임기간은 1년도 채 못된다.
『장관이 일을 알만 하면 물러난다』는 비난과 함께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또 강조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각규 신임부총리의 취임일성은 「정책의 일관성」에 역점을 두었다.
최부총리는 지난주 경제장관회의에서 새 경제팀은 물가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와 함께 그는 22일 청와대 경제동향보고를 통해 걸프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는 7% 성장,국제수지는 20억달러 적자에 머물 것이며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어느 정도 침체상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제3자 인수방안 철회
○…한보그룹은 주거래 은행인 조흥은행등 9개 은행이 이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계속해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정태수 회장의 가족손에 계속 남아 있게 됐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이번 수서사건이 금융사고가 아닌데다 기업을 현 상태로 유지해야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보가 사채를 포함해 빚이 많지 않고 한달에 2백50억원씩 들어오는 한보철강이 있어 약간의 자금흐름만 잡아주면 회사를 끌어가는데 별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만기가 되어 하루 20억∼1백억원씩 돌아오는 어음을 상환기간 연장이나 대지급으로 메워주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같은 적극적 지원이 결국은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과거 5공시절 국제·명성그룹의 해체때 부도 후 제3자 인수를 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조흥은행이 당초 주장했던 법정관리·제3자 인수방안을 철회한 것도 이번 결정이 은행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천8백억원의 어음이 한꺼번에 몰리고 은행지원이 한계에 달할 경우 한보는 부도사태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내부에서 발탁
○…국민들의 관심이 수서사건에 쏠려 있는 사이 시중은행들은 지난주 1년중 최대행사인 주총을 치렀다.
이번 주총은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임원이 많은데다 단임원칙을 처음으로 적용,일찍부터 대규모 인사가 예고되어 왔다.
이번 주총에서는 조흥은행 이종연,제일은행 박기진,신한은행 나응찬,경청은행 김형영 전무가 각각 승진,행장으로 선임됐으며 충청은행은 성욱기 수출입은행 전무가 새로 행장으로 뽑혔다.
이번 신임행장들은 대부분 내부승진자들이어서 외부에서 많이 발탁됐던 전례와는 대조를 이뤘다.
은행관계자들은 그러나 『행장인선이 은행자율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한종범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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