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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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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사는 걸프전쟁의 긴박한 상황을 독자들에게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미 3명의 특파원을 걸프전쟁 현지에 파견했다.
2명의 외신부기자와 1명의 사진부기자로 구성된 이들 3명의 특파원은 현재 사우디와 요르단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이들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낸온 기사다.
◎다국적군/지상전 예상 진격로 지뢰제거/이라크 망명정부 준비/본사기자/미 공군기 촬영하다 연행되기도
○…조지 부시미대통령의 이라크 철군시한 및 조건제시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군은 지상전준비를 위한 대 이라크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라크는 22일 쿠웨이트 원유시설에 대한 대량 폭파작업에 들어갔다.
다국적군사령부는 이날 정례기자회견에서 부시대통령이 제시한 23일 정오(미 동부시간)철군시한에 관계없이 이라크군 약화를 위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국적군사령부 대변인 리처드 닐준장은 『다른 명령을 받은바 없기 때문에 대 이라크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군 사령부 대변인 아메드 알로바얀대령은 22일 사우디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쿠웨이트 국경안으로 들어가 지뢰제거작업을 벌여 폭 16m,총길이 10㎞의 진격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알로바얀대령은 이 과정에서 수거된 지뢰에는 화학무기가 들어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2일 다국적군의 프레스센터가 들어있는 리야드의 하이야트호텔에서는 부시 미대통령의 중대발표로 인해 평소보다 한시간가량 늦은 오후 7시 정례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이 시작되기전 이 호텔 4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는 부시대통령의 발표를 기다리며 CNN방송을 위성을 통해 직접 받아 볼 수 있는 TV에 모든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어 부시대통령이 TV에 등장,23일 정오를 철군시한으로 제시하자 이라크군이 이 시간까지 쿠웨이트에서 철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국에서온 한 기자는 이를 「하이눈」이라고 표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라크의 철수동의가 발표되자 후세인이라크대통령의 몰락에 대비,이라크에서 해외로 망명한 정치·군관계 인사들을 규합,망명이라크정부를 구성하는 준비를 은연 중에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정부는 이에 영국·이집트·시리아 및 미국으로 망명한 이라크인들 가운데 지도자급 인사 30여명을 선정,사우디아라비아로 불러 들이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들이 구성한 망명정부는 후세인대통령이 몰락할 경우 바그다드정부를 인수할 잠재적 세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들 망명세력들중 쿠르드족·시아파인물·진보주의자 및 공산당원들로구성된 시리아 체류 공동행동위원회대표들이 지난주 사우디를 방문했으며 런던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반후세인 자유이라크위원회 회원들도 지난 20일 리야드를 방문했다.
○…리야드 다국적군사령부의 전황은 오후 6시 정례브리핑 이외에 오전 10시 배경설명등 두차례에 나눠 진행되는데 사우디아라비아군과 영국군이 독자적인 브리핑을 이어하고 있다.
현재 다국적군 프레스센터에 등록된 세계 각국의 기자수는 1천7백여명으로 이 가운데 2백여명이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나머지 기자들은 의례적인 브리핑보다는 전선취재를 위해 동부지역인 담맘·다란 등으로 옮긴 상태다.
○…지다국제공항과 리야드국제공항에는 상당수의 미 공군수송기들이 눈에 띄고 있는데 22일 본사취재팀이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가 공항보안요원들에게 연행돼 1시간만에 필름을 빼앗긴채 풀려났다.
취재팀이 미 공군기들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이를 본 사우디아라비아인이 보안요원들에게 신고,이들이 달려와 사무실로 연행됐던 것.
기관총을 든 보안요원들의 위협적인 「보안강의」를 1시간정도 들은후 찍은 필름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취재팀은 풀려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시민들은 장기화되는 전쟁으로 인해 지루해하는 모습이다.
정부청사들이 늘어서 있는 중심부의 압둘아지즈가에만 장갑차를 탄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을 뿐 다른 곳에서는 전쟁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리야드 시민들은 최근 들어서는 스커드미사일이 날아와도 방공호로 대피하기는 커녕 오히려 건물옥상으로 올라가 구경하는 정도가 됐다.
거리에도 방독면을 휴대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미군들 조차 방독면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리야드=김상도특파원>
◎아랍국들/후세인 속마음 읽기에 골머리/“철군 합의 굴복 아닌듯”/PLO연계 조건 포기는 예상했던 것
소련이 제의한 8개항의 평화중재안을 이라크가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요르단을 중심으로 한 아랍국가들은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의도를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더구나 이번 발표는 후세인 대통령의 「투쟁계속」과 「철수불가」성명이 방송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아랍인들을 더욱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요르단의 정치분석가들과 학자들은 금요일(22일)이 휴일임에도 불구,앞다투어 방송에 출연해 「후세인의 카드」를 읽어내느라 골몰하고 있을 정도다.
요르단의 정치분석가들은 대체로 두가지 점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후세인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연계카드를 마지막에 가서 버린 것은 그의 오래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당초부터 팔레스타인문제는 마지막순간에 자국의 안보와 정권유지를 확보하기 위한 「바꿔치기용 카드」였다는 얘기다.
그동안 후세인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쿠웨이트 문제와 팔레스타인문제의 「일괄해결」을 주장해 왔다
후세인대통령은 이와 같은 주장을 통해 팔레스타인인 전체의 절대적인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음은 물론 아랍 전체문제의 해결사임을 은근히 과시,자국이익 확보에만 급급했던 여타 아랍국가지도자들에게 일종의 「도덕적인 수치심」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후세인대통령이 결정적인 순간에 팔레스타인 문제를 슬그머니 삭제해 버림으로써 그의 진짜 목적이 오직 이라크의 현 체제유지와 아랍의 헤게모니 장악에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이곳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두번째의 측면은 이번 모스크바 발표가 결코 후세인 대통령의 「굴복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라크가 궁지에 몰린 나머지 어쩔 수 없이 합의한 것이 아니라 얻어낼 것은 다 얻어낸 상태에서 손을 털고 일어선 것이라는 풀이다
이것은 이라크의 자존심을 옹호하는 요르단학자들의 주장이다.
즉 이번 합의가 미국등 서방국가들에 의해 완전히 받아들여진다면 이라크는 사실 아무 것도 잃은 것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막강한 군사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후에도 여전히 중동의 강국으로 남아 있을 수 있게 될뿐만 아니라 세계 초강대국들의 연합세력과 단신으로 맞서 한달이상 버텨냈다는 영예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이번 걸프전쟁의 최대피해국은 이라크도 미국도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라고 이곳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토전체가 잿더미로 화한 쿠웨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온나라를 다국적군의 군사기지로 내주고 엄청난 군비까지 부담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큰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교도를 끌어들여 성지를 더럽혔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이 가장 딱하게 됐다는 자못 영탄조의 얘기까지 들리고 있을 정도다.
결국 아랍국가들은 후세인대통령이 지상전을 코앞에 둔 절묘한 시점에 비장의 승부수를 구사,부시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암만=진세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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