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적주의 병폐서 탈피를/새 부총리에 바란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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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각규 신임 부총리가 21일 청와대에 보고한 경제동향은 주로 대외적 여건변화에서 발견되는 몇가지 호재들을 부각시킨 대신 우리 경제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점과 경제에 영향을 미칠 부정적인 국내여건들은 거의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동향보고는 새 경제팀장의 취임후 첫번째 공식보고라는 점에서 최부총리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를 가늠하게 하는 근거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부총리가 지적한 유가의 하향안정,걸프전후의 중동특수와 선진국 경제의 회복전망 등이 밝은 요인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경제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방대한 요인체계중의 일부에 불과하며 따라서 이들 일부요인만으로 우리 경제의 밝은 전망을 끌어내는 것은 성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전반의 문제를 단기와 중장기의 과제로 대별할 때 최부총리의 이번 보고는 주로 단기과제에 치중한 것으로 앞으로 보다 본질적인 문제인 장기적·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이 제시된 후에야 새 경제팀장의 정책구상 전모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문하고 싶은 것은 연도별 성장,수출,물가목표의 관리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체질의 강화,산업구조의 고도화,기술개발,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같은 장기적·구조적 과제수행을 소홀히 해온 과거의 경향을 최부총리는 과감히 청산해 달라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의 잔여임기와 1년에 한번꼴로 바뀐 부총리직의 단명등은 자칫 경제관료사회 전체의 업무수행패턴을 단기실적 위주로 흐르게 할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5공화국 이래 지금까지 단기적·경기순환적 정책대응에 기울여진 노력에 비해 별로 생색나지 않는 중장기 과제들을 소홀히 취급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제조업경쟁력의 지속적인 약화,사회간접자본의 부족과 같은 경제기반 자체의 부실화현상은 그러한 관행의 불가피한 산물인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좀더 욕심을 내자면 새 경제팀장은 자신은 물론이고 전체 경제관료집단과 민간기업들도 하여금 긴 안목의 정책과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는 기풍을 조성하는데 앞장서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경제정책의 수장이 또 하나 유념해야 할 것은 정책조정자로서의 역할이다. 우리는 과거에 경제정책당국이 특정의 현안에 매달려 전체를 못보는 과격한 처방들을 서슴지 않다가 새로운 문제가 여론에 부각되면 묵은 문제를 금방 내팽개치는 냄비식 정책수행사례들을 종종 보아왔다.
이를 지양하기 위해 장기 및 단기의 정책목표들을 우선순위별로 체계화하고 정책목표들간의 상충성을 충분히 배려하는 종합적 접근과 균형감각이 항상 유지되는 가운데 경제팀장의 조정자 기능이 십분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의 회복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기본요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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