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 드림팀' 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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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월 취임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중국통이다. 월가(街)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간부로 중국을 74차례나 방문했다. 그런 그가 14일 미.중 간 첫 경제전략대화를 위해 다시 베이징을 찾는다.

중국은 적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 사정을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는 그가 미국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장관들을 죄다 데리고 오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글렌 허버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장관, 일레인 차오(趙小蘭) 노동장관, 마이크 리빗 보건복지장관, 스티븐 존슨 환경보호청장,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대동하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중국도 같은 급으로 팀을 짰다. 우이(吳儀) 부총리를 수석대표로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 진런칭(金人慶) 재정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쑨정차이(孫政才) 농업부장, 가오창(高强) 위생부장, 왕쉬둥(王旭東) 정보산업부장 등이다.

두 나라 경제팀은 14일부터 이틀에 걸쳐 양국 간 무역 현안은 물론 주요 경제정책을 놓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한다. 폴슨 재무장관은 평소 "중국의 번영은 미국의 국익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말하고 다닌다. 중국을 추어올리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이번 대화의 의제는 위안(元)화 환율 문제, 무역 불균형, 지식재산권 침해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무역흑자는 208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흑자(2020억 달러)를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다. 미국은 이런 흑자가 저평가된 위안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줄곧 제기해 온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툭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라 노골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방어에 주력할 전망이다. 실질적 수석대표인 보시라이 상무부장은 만만찮은 인물이다.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매너로 무장돼 있다. 그와 섬유협상을 벌였던 안포 주중 유럽연합 대사가 "30년 이상 각종 협상을 해봤지만 보 장관처럼 빡빡한 상대는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다. 겉보기엔 부드럽지만 협상장에서는 빈틈없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양보할 때와 밀어붙일 때를 구별할 줄 아는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중국 현대국제연구소의 뉴신춘(牛新春) 미국연구팀 박사는 "전략대화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 내수 확대, 금융시장 개방, 산업구조 개혁 등 장기적인 경제 틀을 양국이 공동 연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청년보도 12일 "이번 토론의 포인트는 양국 간 경제교류의 틀을 짜는 과정을 총체적으로 뜯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신문은 이어 "이번 대화가 종합적이고도 전략적인 합의를 끌어낸다면 이를 '베이징 합의'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 미.중 전략대화=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2004년 11월 칠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만나 합의한 양국 간 대화채널이다. 양국 정상은 매년 한 번씩 양국 수도를 번갈아 오가며 전략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첫 대화는 2005년 8월 베이징에서, 2차는 같은 해 12월 워싱턴에서, 3차는 이달 8일 베이징에서 열렸다. 경제전략대화는 9월 20일 폴슨 재무장관이 취임 인사차 베이징을 방문해 우이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매년 두 번씩 열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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