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참석자들은‘반값 아파트’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왼쪽부터 남기업 사무처장, 홍준표 의원, 강치원 교수, 고성수 교수,두성규 연구위원. [사진=김성룡 기자]
하지만 토지 매입에 따른 막대한 비용, 용지 확보의 어려움, 분양자의 전매차익 환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많다. '반값 아파트'를 놓고 홍 의원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강치원=홍 의원의 '반값 아파트' 정책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취지와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할지, 주택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홍준표=토지임대부 분양 방식 도입은 아파트값을 서서히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또 서민들에겐 집을 가지는 것이 꿈이 된 현실에서 무주택자, 1가구 1주택자, 특히 20~30대 사회 초년병들이 적은 부담으로 내집 마련을 실현하도록 하는 취지도 포함됐다. 완전 분양, 완전 임대로 구성된 주택시장에 반분양 또는 반소유란 개념을 도입해 자신의 재력에 맞게 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고성수=인기 없는 임대주택보다는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이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측면에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또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국공유지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 국공유지는 20.5%, 그나마 도시 지역은 2.5%에 불과하다.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해선 국공유지를 새로 사들여야 하는데 그럴 경우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
▶두성규=주택시장의 연착륙과 서민 주거 안정이란 두 가지의 정책 목표가 혼재돼 있어 어느 하나도 확실히 성과를 거둘 수 없게 될 수 있다. 특히 서민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대아파트 정책의 실패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 또 분양 후 10년이 지나면 전매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때 발생하는 차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의도와 달리 반값 아파트가 새로운 투기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현재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짓는 아파트가 전체의 30%가량 된다. 이들에 대해 먼저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민간의 아파트 분양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치원=토지 매입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나.
▶홍준표=3만 평의 토지에 반값 아파트를 짓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봤다. 땅값이 평당 1000만원이라고 하면 토지 원가가 3000억원 되는데 용적률 400%를 적용해 34평형 아파트 3500가구를 지으면 건축비에 적정 이익을 붙이는 정도만으로 땅값의 70%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월 임대료(연 6% 금리를 적용하면 월 17만원)를 통해 충당하면 된다. 토지 매입 비용이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치원=그렇다 하더라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면 재정 부담이 만만찮다.
▶홍준표=연기금이 투자를 하면 문제는 풀릴 수 있다. 토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 매입비의 70%를 조기에 회수하고 나머지 30%만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게 구조를 짠다면 연기금이 손해날 일도 없다.
▶남기업=공급 대상을 굳이 서민에게 한정할 필요는 없다. 중산층 이상에게는 임대료를 높게 받고, 서민에겐 임대료를 더 낮추는 식도 가능하다. 서민 주택의 경우 시장 임대료와의 가격 차이 때문에 투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서민주택은 10년이 지나도 전매할 수 없도록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소유권을 회수하는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을 적용하고, 중산층 주택은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택하자는 것이다. 특히 기존 주택의 가격을 동시에 하향 안정화하려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서서히 도입해야 한다.
▶강치원=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뭔가.
▶남기업=건물분 보유세는 내리고, 토지분 보유세는 계속 높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취.등록세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토지 보유세를 더 올리게 되면 근로소득세나 부가가치세는 낮춰야 한다. 토지 보유세가 올라가면 결국 기존 부동산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그래야만 반값 아파트 공급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할 수 있다.
▶고성수=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 채권시장의 공급이 넘치는 등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 서민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분양한다면 임대아파트와 무슨 차이가 있나. 자기 재산이 아니라면 오히려 임대아파트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두성규=토지 매입 비용을 연기금으로 충당하는 게 제일 쉬운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연기금에 손실이 나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토지 가격이 하락한다면 연기금이 어떻게 시장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겠는가.
▶홍준표=토지 매입비 가운데 토지에 잠겨 있는 돈은 30%밖에 안 된다. 그런데 땅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70%까지 하락하겠는가. 그렇게 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문제는 토지에 투자된 자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인데 그 문제에 대한 답이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다.
▶강치원=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현재 용적률이 198%다. 주민 요구대로 250%만 적용해도 30층 이상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도시환경이나 교통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은데.
▶남기업=용적률을 그렇게 높이면 기존 도시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임대료를 높이되 용적률은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
▶두성규=용적률을 높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반값 아파트의 또 다른 문제는 재건축이다. 40년 후 재건축할 경우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외에 남은 것이 전혀 없다. 토지 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건물도 100% 감가상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임대주택이 더 나은 것 아닌가.
▶홍준표=서울의 도심.부도심권은 용적률을 높여 주거지와 업무시설이 함께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도시와 달리 서울의 경우 도심.부도심이 공동화되는 도넛형으로 개발됐는데 앞으론 원뿔형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강치원=반값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의 이점이 없다고 하는데.
▶홍준표=과천의 저층 아파트 가격이 평당 4000만원을 넘었다. 그건 고층으로 높이면 자기 돈 없이도 재건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고층으로 올라가는 재건축은 나중에 일대일 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다. 자기 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완전분양의 재건축이나 반분양의 재건축이나 같은 조건이다.
▶고성수=서민주택을 주거 복지 차원에서 반값 아파트로 분양하는 것엔 이의가 없지만 중대형 아파트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값 아파트가 많은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민간 아파트가 공공 아파트보다 훨씬 비싸다. 중대형 주택 수요자들의 인식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두성규=건물 분양에 따른 이익으로 토지 매입비의 70%를 회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액수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공공기관이 분양하는 만큼 이익 규모를 그리 높게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기 회수분이 적다면 연기금이 투입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강치원=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이 동시에 적용될 수 있나.
▶홍준표=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무주택자, 1가구 1 주택자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전매는 허용돼야 한다. 특히 강북 뉴타운과 같은 개발에선 토지임대부 적용이 절실하다. 은평 뉴타운의 경우 분양가가 비싸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15%에 불과하지만 토지임대부로 분양하면 재정착률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또 뉴타운의 경우 기반시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용적률을 높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특히 주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건폐율을 조정하면 환경이 나빠질 이유도 없다.
▶고성수=판교 중소형 평형의 경우 10년간 집을 팔 수 없었는데도 난리가 났다. 그런데 강남 지역의 아파트를 반값에 분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값아파트는 또 다른 로또가 될 소지가 크다.
▶두성규=최근 몇 년 새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그런데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분양원가를 낮출 경우 자칫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2급 상품이 돼 버릴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반값 아파트 정책이 국민에게 지나친 기대감을 심어준 것은 아니냐는 우려다. 그만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주택시장이 반값 아파트 정책의 실험장이 돼선 곤란하다.
정리=김준현 기자<takeital@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