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코스 사태'를 보는 러시아의 두 시각] "부도덕한 기업인 손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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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러시아 검찰이 이 나라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의 비리를 수사한 것을 두고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주장이 모스크바엔 공존한다. 정부 측에선 '기업 바로잡기'의 일환이며 건전한 기업풍토가 유도될 것이라고 하지만 야당 등에선 '기업 길들이기'라며 국제 신인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시각을 가진 러시아의 두 전문가로부터 이 사태에 대한 분석을 들어본다.

1990년대 초 러시아 정부가 주요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때 국가와 기업인 사이에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 기업인에게 국유재산을 거의 무상으로 넘긴 이유는 그들이 계획경제를 수행하던 공산주의자들보다 국가경제를 더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재산을 축적한 뒤 툭하면 월권을 하며 이를 정부가 통제하면 사유재산 침해라고 우기면서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등 합의를 어겼다. 바로 여기에 대기업의 정치적 문제가 있다. 법적 문제는 단지 정치적 문제의 결과일 뿐이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보리스 옐친 정권에서는 누구도 이 같은 '러시아판 기업의 의무'를 생각하려 하지 않았지만 정부와 관료제도가 안정을 되찾은 지금, 비판적 정치인들이 나타나 기업의 부도덕을 손보려 하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도 부패한 기업인에 대한 이들의 압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면 왜 하필 유코스가 표적이 됐나. 우선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사장의 정치적 야심에 대한 신화가 화근이 됐다. 그가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해 총리가 되고, 나아가 2008년 대선에도 출마하려 한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퍼졌다. 사실과 관계없는 이 같은 신화가 크렘린 강경파들의 비위를 거슬렀다.

호도르코프스키의 친서방적 노선도 문제가 됐다. 그가 유코스 주식의 일부를 미국의 엑손모빌, 셰브론텍사코 등에 넘기려고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코스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과거 민영화 과정의 문제점을 다시 뒤지는 일이 다른 기업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정리=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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