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대학가는길] 신문 등 보고 예상문제 정한 뒤 선생님·친구들과 토론 수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조경수
서울대 인문대 06학번

대입 논술 비중이 커짐에 따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논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3 수험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글쓰기에 앞서 기초적인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다양한 사회.문화 현상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할 수 있으려면 우선 각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해석 능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은 교과서, 특히 사회탐구영역 교과서였다. 교과서는 고등 사고활동의 기초가 되는 개념과 이론, 현상 등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기에 매우 적합한 교재다. 특히 사회탐구영역의 교과서는 논술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좋은 논술 교재다. 나는 교과서에서 충실히 배운 지식을 활용해 나와 우리의 삶을 해석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단편적인 사실을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줬다.

본격적인 논술 준비를 시작한 시기는 수능을 치른 이후부터다. 이 시기에는 여러 가지 고전적 논쟁과 각종 시사 현안을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세 개 정도의 문제를 정한 뒤 신문.잡지.서적.인터넷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읽었다. 또 선생님과 친구와 함께 토론 시간을 가졌다. 토론은 논쟁이 되는 문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때 여러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의 이해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문제에 대한 해석의 지평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시기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시기인 만큼, 한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보다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가능한 한 많이 접하는 것으로 불안을 달래고 싶은 유혹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알게 된 지식은 실제 시험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 사실이 어떠한 맥락에서 이해되는가를 알지 못하면 사고력 배양은커녕 그것이 어떠한 논지의 구체적 예로 이용될 수 있는지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글을 쓰는 연습 역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데 충분히 익숙해져야 실제 시험에서 당황하지 않고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여러 대학에서 출제됐던 기출 문제를 구해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썼다. 연습 시간은 실제 시험 시간보다 10분 정도 짧게 해 두고 이 시간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글을 쓴 뒤에는 반드시 선생님께 첨삭을 받았다. 첨삭을 통해 글의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미비한 부분, 잘못된 부분 등을 지적받으면서 이후에 비슷한 오류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자주 범하는 실수들은 따로 메모해 두고 글을 쓸 때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기출 문제는 글쓰기 연습에도 유용할뿐더러 대학이 원하는 논술의 성격을 타진해 보는데도 좋은 자료가 됐다. 문제의 다양한 맥락 이해와 많은 글쓰기 연습, 그것이 나의 논술 실력을 향상시켜 준 두 축이었다.

조경수 서울대 인문대 06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