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촬영장소 섭외요원 김경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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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TV드라마를 보노라면 생생한 배경이 극전체의 분위기와 현장감을 살려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두는데 이처럼 큰 역할을 하는 드라마 안에서의 야외촬영 장소선택은 그만큼 극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 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우리의 경우도 방송국 스튜디오 안 세트설치가 힘들거나 분위기 연출이 어려운 병원·술집 등 각종 업소, 가정집 등 야외촬영이 늘어나면서 「장소」만을 전담해 섭외 하는 전문인이 생겨났다.
이미 영화·방송분야에서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기업화된 미국·일본 등 구미각국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으나 3∼4년 전부터 국내에 모습을 보인 「장소헌팅요원」이 바로 그들이다.
현재 국내의 장소섭외 전문가들은 6∼7명으로 김경미씨(28)는 그 중에서도 유일한 홍일점.
『연출자가 직접 현장을 답사 하는 게 좋겠죠. 그러나 사정이 안될 경우 현지여건이 극분위기에 맞는지, 촬영조건에 마땅한지 등 세부사항을 일일이 점검해 답사결과를 토대로 연출자가 좋은 무대배경을 잡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본분량에 따라 많게는 20∼30곳, 적게는 5∼6곳의 「사냥감」을 골라 바삐 뛰는 김씨는 이 분야의 베테랑으로 꼽힌다.
86년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김씨는 스크립터생활 2년만에 주위의 권유로 88년 말부터 이 일을 시작, 요즘 MBC-TV 주간단막극 『나의 어머니』, 3·1절 특집『고궁』, 곧 방송될 아침드라마 『또 하나의 행복』등 프로그램 3개를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김씨의 작업과정은 대본출간직후 장소 물색을 위한 연출자와의 사전협의를 시작으로 현지답사, 다시 연출자와의 재협의, 촬영팀 안내와 촬영후의 뒷마무리까지를 맡아하는 것.
이제는 이력이 붙었지만 처음엔 불쑥 찾아갈 수밖에 없는 가정집의 경우 신분증·명함까지 보여줘도 문전박대 당하는 등 고생도 적지 않았다.
장소헌팅전문가의 경우 자유계약직이라 봉급은 주간단막극의 경우 한달에 40만원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
그러나 전망은 밝아 현재 MBC-TV 한곳에서만 활동하고 있으나 새로 생겨날 민방·유선TV·상업광고·영화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진출할 곳이 넓어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적극 진출해 볼만한 직업이라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김씨는 지난해2월 연출·조연출자 외에 드라마연출에 꼭 필요한 장소섭외자·야외촬영 진행자·스크립터 등 연출전문인 15명이 모여 만든 연출전문 용역회사「팀워크」대표도 맡아 경영해나가고 있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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