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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약품부족/민간요법 각광(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생산량 필요물량의 30% 수준/의사보유비율 세계최고 “무색”
소련에서는 최근 질병을 치료하는데 민간요법이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필요한 약품을 구하기 위해선 시간도 많이 걸릴뿐 아니라 제대로 공급이 되지않는 현대의약품을 기다리기 보다는 과거에 질병치료를 위해 사용해오던 민간요법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소련이 세계최고의 의사보유비율과 무료에 가까운 보건서비스를 갖추고 있지만 의약품공장이 제대로 의약품을 생산해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국가가 정한 가격으로는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련의 의료기기 생산 및 약품생산이 원활치 못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불균형 성장정책 때문에 주요한 재원들이 우선적으로 중공업분야에 투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8년의 경우엔 1억개가 필요한 1회용 주사기가 7백80만개 밖에 생산되지 못했으며 89년의 경우엔 5억개를 목표로 했는데 1억9천2백만개밖에 생산되지 못했다.
또한 의약품의 경우도 필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해 91년의 경우엔 총 필요량의 30%만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즈베크공화국 같은데선 생후 1년동안 DPT(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예방주사를 맞아야할 어린아이들중 40%가 이와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항결핵백신이 부족해 90년에만 폐결핵환자가 12만명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엔 부족한 현대 의료시설 및 약품·서비스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과거부터 전래되어온 민간요법에 의한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
또한 정신능력·초능력 등을 이용한 치료도 각광을 받고있다.
최근 모스크바에서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각종 질병에 특효를 내는 온갖 약초를 구비한 약국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차이코프스키극장 근처에 「플로라」란 이름의 약초가게를 차린 아르슈트 아라켈씨는 『소련은 가장 나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배운다』면서 『현대의약품의 부족은 우리가 과거에 이러한 약품들이 없었을 때 어떤방식으로 치료를 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아라켈씨는 자신의 가게에 각종 질병에 필요한 약초를 구하러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면서 『문제는 내가 이 약초가 이병을 치료할 것이라고 처방을 하고 나면 이러한 약초가 금방 공급이 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초치료제가 모든 분야의 질병에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소련의 보건관계자들도 약초이용이 늘어나 현대의약품의 부족현상을 어느정도 해소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근본적으로는 의약품생산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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