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 외국인 시대] 풍림산업 건설현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졍(형), 바리발리(빨리 빨리)해요. 점심먹고 세팍타크로 경기 한판 하자고요."

6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풍림산업㈜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골재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서 목공 일을 맡고 있는 태국인 노동자 워티퐁(31)이 서툴지만 애교 섞인 말투로 동료들을 재촉한다.

국내 건설업체 중 가장 많은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직원으로 채용, 건설현장에 투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풍림산업은 전체 근로자 3백여명 중 절반 이상인 1백88명이 태국인이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30대 초.중반으로 비록 목공과 철근 등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지만 태국 현지에서 공개 채용, 지난 5월 풍림산업의 정식 직원(2년 계약) 신분으로 입국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해 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불법 취업.불법 체류.강제 추방 등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정식 직원으로 의료.산재보험, 휴일 및 시간 외 근무수당 등 각종 근로기준법의 혜택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인용 침대와 샤워장.이발실.휴게실.운동시설과 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위성수신 시스템 등 웬만한 특급 호텔 부럽지 않은 기숙사도 갖춰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음식도 향료를 많이 쓰는 태국 음식 특유의 맛을 고려해 현지에서 음식 재료를 직수입, 태국인 영양사가 직접 만든 전통음식으로 일주일 건강식단이 짜여지고 정기 건강검진도 받는다.

이 같은 회사 측의 세심한 배려에 그동안 단 한명의 이탈자와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최근 주한 태국대사관 직원들이 현장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병한(52) 현장소장은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사소한 마찰은 있지만 이들 외국인 노동자는 맡은 업무를 성실히 해내는 건설현장의 주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흥=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