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백 하나가 1700만원 … 이젠 '초고가 명품'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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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만8000달러(약 1700만원)짜리 핸드백, 4000달러짜리 맞춤 양복, 주문 제작한 수제 향수….

명품 브랜드들이 '대중적 명품'을 넘어 억만장자들을 겨냥한 '초고가 명품'을 주력 상품화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2일 보도했다. 부유층 내에서도 상대적 부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구찌.발렌시아가.보테가 베네타 등을 보유한 프랑스의 명품그룹 PPR은 이 같은 현상을 반영, 소비자를 두 계층으로 나누는 브랜드 전략을 내놓기 시작했다.

고객들을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 언저리인 '하위 그룹'과 3000만 달러 이상인 '상위 그룹'으로 나눠 마케팅 기법을 달리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초고가 명품은 한정된 수의 상위 그룹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부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990~2004년 미국 내 상위 1%의 소득은 57% 증가했고, 상위 0.1%인 이른바 '수퍼 부자'들은 무려 85%나 뛰었다. 여기에 하위 그룹이 상위 그룹을 모방하는 소비 특성을 감안하면 초고가 명품의 수요층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체들의 전망이다.

이들 수퍼 부자들은 대량 생산되는 명품에는 이미 흥미를 잃었다. 소비자들의 과시욕을 채워 주던 커다란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최근 눈에 띄게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초고가라도 특별한 서비스가 가미된 상품을 선호한다. 부유층 남성들이 맞춤 양복으로 돌아선 것도 이런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전 부유층의 상징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기성복이었다면, 지금은 같은 브랜드의 맞춤 정장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르마니는 주요 매장에 220종의 원단 구비해 놓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정장을 맞춤 제작해 준다. 일찌감치 맞춤 방식을 도입한 이탈리아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아예 주문자의 이름을 보일 듯 말듯 한 무늬로 짜 넣은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PPR 회장은 지난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명품 업계 회의에서 '초고가 명품'에 대해 "상류층은 최고를 추구하게 마련이고, 명품 업체들은 이들을 위해 특별한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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