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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수습 위한 “당정 물갈이”/개편임박 얼마나 바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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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와대 적극적… 당은 엉거주춤/노­김대표 곧 감조정 회동 예상
수서의혹사건의 조기수습과 민심수습을 위한 당정개편이 임박했다.
정부와 민자당은 어차피 한계가 있는 사건수사에서 하루빨리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정부의 국정쇄신노력을 가시화하는데는 인사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20일 전후 단행을 목표로 구체적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의 기본구도에 변혁을 일으키거나 지각변동을 일으켜 노태우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더욱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이를테면 조기총선 주장등 법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오히려 흥미를 가중시킬 선동적 대안을 누를 수 있는 선에서의 수습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가장 손쉬운 방법이 인사개편이란 인식이다.
○…수서태풍을 잠재울 인사개편은 내각·민자당뿐 아니라 청와대·국회직까지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측은 인사폭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이 자칫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봤으나 어차피 문책성 인사라면 사건에 연루된 분야를 고루 짚지 않을 수 없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서사건의 형사적 책임은 비록 장병조 비서관 한명에 국한하더라도 이 사건을 이처럼 크게 만든 직접적인 도화선이 청와대의 개입여부란 점에서 장비서관에게 관할에도 없는 업무배정을 한 당시의 행정수석 이연택 현 총무처장관에게도 정치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건 전시장과 마찰을 빚은 이상배 행정수석도 인책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또 직접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재임중 국회의원 8명(뇌물외유 3명,수서 5명)이 구속되는 불상사를 당한 박준규 국회의장 인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의장은 이같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뜻을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의 경우 수서사건의 관련부처 책임자인 이상희 건설부장관·박세직 서울시장의 경질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수서택지 특별공급을 논의한 당정회의 참석자로서 이승윤 부총리의 인책여부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수서관계 각종 회의·법률해석에 개입한 김대영 건설차관·윤백영 서울부시장의 인책여부도 논의중이어서 건설부·서울시에 대한 연쇄인사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오용운 건설위원장·이태섭 의원 등이 구속된 민자당의 경우도 인사회오리는 불문가지. 청와대쪽 감은 여야의원이 5명이나 구속됐는데 국회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원내 총무가 온전할 수 있겠느냐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당직개편은 내각과는 달리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여서 노­김영삼 담판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직 서울시장이 바뀔 경우 후임에 서울시부시장을 역임한바 있는 이상연 청와대 민정수석이 거론되고 있어 그가 전출되면 청와대 참모진도 일부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행정부 관료보다 정치인에게 상대적으로 엄혹했다는 점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의원들간에도 불만이어서 청와대가 의도하는 대로 인사개편이 순조로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청와대가 인사개편에 적극적·구체적인데 반해 민자당은 아직까지 수습책의 윤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당무위원 총사퇴론이 제기된 당무회의에서 『정치의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김영삼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직개편등 모종의 조치가 따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돌았으나 김대표가 당직개편 구상을 부인해 앞으로 노대통령과 감의 조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김대표는 마산에 가있던 15일 당직개편 뉴스가 계속 나오자 박희태 대변인을 전화로 찾아 『중요한 것은 당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나가는 것』이라며 『당4역등 당직개편을 구상한 적이 없다』고 당직개편설 확산을 이례적으로 직접 차단하고 나섰다.
김대표의 이런 자세에 대해 측근인 김덕룡 의원은 『당직개편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가 아니며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정치의 복원이란 근원적인 차원에서 대처하겠다는 뜻』이라고해 김대표의 구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대표의 이같은 자세는 검찰의 수사결과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향배,그리고 평민당의 대응을 지켜본 뒤 당직 개편안을 내놓더라도 내놓겠다는 뜻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대표의 다른 측근 의원은 『당직개편등 섣불리 민심수습책으로 내놓기보다 검찰발표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김대중 총재의 반격이 어느정도인지를 파악한 뒤 수습결심을 내리겠다는 판단을 김대표는 하고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일각에선 김대표가 당직개편에 부정적인 것은 정치쇄신이란 명분론이 김대표를 포함한 지도체제개편까지 불똥이 튈수 있다는 점을 의식,일단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야당은 물론 민자당의원들까지 검찰의 국회의원에 대한 상대적 가혹수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분위기에 무턱대고 동조할 수만은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당의 대체적 분위기는 당직개편이 부차적인 문제임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가시적 조치로 내놓을 수 있는게 당4역 경질이라는 점을 수긍하고 있으며 전면적인 지도체제 쇄신론도 나오고 있다.
민정계의 한 중진의원은 『김대표가 당직개편에 미온적인 것은 자신이 사무부총장에 천거한 김동주 의원의 구속등과 정치보신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문제가 부각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당의 구심력을 높이기 위해 총재의 일정수준 당장악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친정강화를 제기하고 있다.<김현일·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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