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로비(정치와 돈:4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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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심증만 가는 설… 설… 설/“3백억 헌납”… “일부의원 수억 챙겼다” 소문
수서지구 택지특별공급건에 대한 거액의 로비의혹이 일파만파로 증폭되면서 과연 한보그룹이 특별분양을 받기위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헌납했는지,했다면 그 액수는 얼마인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에 있어 로비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청와대를 비롯,민자·평민 양당과 국회건설위·건설부·서울시 등에서는 한결같이 『적법한 절차를 밟은 민원해결』임을 강조할 뿐 『로비설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자금이란 그 속성상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극비」를 생명으로 하고 있고 설혹 예기치 않은 곳에서 폭로가 됐다 하더라도 부인하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해보면 이번 수서사건 역시 어느쪽도 시인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그 실체나 전모도 아리송한 베일에 가려질 공산이 크다.
수서특별분양사건에 거액의 로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은 무엇보다 특별분양 결정으로 한보가 챙긴 이익이 1천억원을 훨씬 상회할 뿐아니라 주택조합 역시 2천1백억원의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보측은 시공업체로 선정되기 때문에 총공사비 2천억원에 달하는 대형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통상 공사수익률을 20%로 계산하면 4백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한보측은 서울시의 특별공급이 불발로 끝났을 경우 택지구입비로 받은 3백36억원의 3배인 1천8억원을 주택조합에 위약금으로 물어줄 수밖에 없게 되므로 이 액수를 내면적으로 이익분에 포함시킬때 실질 수익은 1천4백여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한보측은 이 땅을 담보로 해 조흥·서울신탁·강원은행 등으로부터 1천1백45억원의 대출을 받았으므로 개발이익외의 금융이익도 엄청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계산이다.
또 주택조합원은 30평 아파트를 6천2백여만원에 입주할 수 있게 되므로 극심한 경쟁을 뚫지 않아도 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1억5천3백만원을 입주금으로 내야하는 일반 청약예금 가입자들과 비교할때 9천2백여만원을 상대적으로 버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 전체 3천1백69가구로 따져보면 주택조합이 일반청약가입자에 비해 2천92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보측과 주택조합측이 사활을 걸고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평민당 박실의원은 지난 4일 열린 국회행정위에서 『한보그룹은 한보종합건설 등의 명의로 88년도 3억원,89년도 택지개발 확정고시 직후에 3억원등 6억원의 정치 자금을 공개적으로 구 민정당에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폭로하고 『얼마나 많은 액수가 뒷거래 비공개 정치자금으로 제공됐느냐』고 추궁했다. 다시말해 공개적으로 6억원을 헌납했을 때에야 비공개적으로 제공한 정치자금의 규모는 엄청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양성우의원(평민)은 한보가 수서지구 특별분양의 대가로 상납한 정치자금 규모는 3백억원에 이른다는 의혹이 설득력 있게 유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의원은 『2백억원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고 나머지 1백억원은 서울시 주변에 뿌려졌다는 설이 파다하다』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양의원의 주장도 어디까지나 설에 불과할뿐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서울시 주변에서는 양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3백억원설이 오래전부터 떠돌았고 구체적으로 2백억원은 모처로 들어갔으며 1백억원은 여러 곳으로 배분됐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국회주변에서는 수서지구 택지특별공급 청원 처리대가로 국회건설위 일부의원들이 상당액을 챙겼다는 얘기가 구체적으로 떠돌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로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은 국회건설위 청원심사에 직접 간여한 의원들로 민자당 두 의원과 평민당의 한 의원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이들 3명의 의원들은 문제의 주택조합 대표들과 접촉했거나 야당총재의 면담을 주선하면서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진언,관계당국에 협조공문을 발송토록 하는가 하면 청원소위에서 앞장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특히 평민당이 수서건에 대해 처음엔 무척 곤혹스럽게 생각하다가 마지못해 백지화 요구쪽으로 나간 과정이 의아스럽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 의원들에게는 최소한 2억원이상이 로비자금으로 제공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들 3명의 의원이 로비대상으로 지목된데 대해서도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왜냐하면 여당의원중에서도 민정계의원은 배제됐고 건설위소속 6명의 야당의원중 유독 한명만을 선택한 이유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의원은 『민정계의원은 일단 배제하고 나머지 의원들중 평소 품행으로 보아 이번 건에 대해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의원을 골라 집중공략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하고 있기도 하다.
금년들어 연달아 터진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과 수서특혜에 따른 로비의혹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두건 모두 상공위와 건설위라는 인기상임위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튼 캐면 캘수록 고구마줄기 딸려나오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서특혜의혹들은 우리사회에서 정·관·경의 유착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나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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