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의 금 ? 100만 달러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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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개인전 우승을 확정한 김경태가 모자를 벗어 갤러리의 축하에 답하고 있다.도하=변선구 기자

11일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개인과 단체에서 2관왕에 오른 김경태(20.연세대)는 '능구렁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스무 살 나이답지 않게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해서다. 세미프로인 아버지 김기창(53)씨는 그런 그의 성격을 "경태는 참고 참고 또 참는 게 강점"이라고 평했다. 국가대표팀 한연희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멘털에서 두 수쯤 위"라고 말했다.

그만큼 포커페이스다. PGA 투어에서 '무표정의 신사'로 유명한 레티프 구센(남아공)이나 '핵폭탄이 떨어져도 표정이 바뀔 것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이선화(CJ) 같다.

그런 김경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서는 활짝 웃었다. 벌써 프로대회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고 한국과 일본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석권할 때도 표정이 많이 변하지 않았던 김경태인데 이번엔 그답지 않게 좋아했다. 이유가 있다.

비록 프로대회처럼 상금은 없지만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김경태는 돈을 주고서도 얻기 힘든 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병역 특례자가 돼 마음 놓고 프로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김경태는 올해 프로대회에 여섯 차례 나가 두 차례나 우승했다. 한국오픈(총상금 7억원), 삼성 베네스트오픈(총상금 6억원) 등 굵직한 대회에만 나갔는데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프로였다면 그가 벌 수 있는 상금은 2억원이 훨씬 넘었다.

김경태가 6경기가 아니라 30경기에 나갔다면 10억원을 벌었을 수도 있다. 골프 관계자들은 "군에서 보내야 할 2년여 동안 김경태가 벌 수 있는 상금은 최소한 100만 달러는 훨씬 넘을 것"이라며 "100만 달러가 약간 넘는 마스터스나 US오픈 같은 메이저대회 우승 상금을 이번 대회 우승으로 벌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각종 스폰서 등까지 합치면 2년여 동안 벌 수 있는 돈은 훨씬 더 많아진다.

속초에서 아들을 고생하며 키운 아버지 김기창씨는 "메이저대회 우승만큼은 아니지만 무척 기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경태는 "지난 2년간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이제 곧바로 프로로 전향해 군 문제에 부담을 갖지 않고 경기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일단 한국과 일본 프로무대에서 활약한 뒤 거리를 더 늘려 미국 PGA 투어에 진출할 계획이다.

골프 남자 개인전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며 단체 우승도 20년 만의 경사였다.

도하=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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