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몸살…해외여행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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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걸프전쟁이 계속되면서 심한 몸살을 앓아온 여행업계가 상당수 도산 내지 대규모 감원사태에 직면해 있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걸프전쟁 발발 직후엔 13% 안팎이었던 해외여행 예약취소율이 전쟁발발 20일을 넘어서자 30%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여행사 관계자들은 『개전 초기엔 이스라엘 성지순례와 중동지역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들만 전면 취소됐을 뿐 동남아지역과 유럽단체여행은 그런대로 계속됐으나 최근 과소비억제 여론과 걸프전쟁이 장기전의 기미를 보이면서 신혼여행과 동남아 일반관광마저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여행업계는 새로 해외여행을 출발하려는 사람들도 계획자체를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예약단체들마저 무더기 연기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걸프전쟁이 3개월 이상 계속 될 경우 상당수의 여행사들이 문을 닫거나 대량감원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소여행사들은 항공사들의 현찰예약 요구로 항공권 티키팅마저 못하거나 웃돈을 약속하고 대형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단체여행객의 예약취소가 50개 그룹 8백여명에 이르고 있고 아시아나의 경우 방콕·홍콩노선은 탑승률이 절반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행업계는 『이같은 추세는 중동지역을 찾는 성지순례자 비중이 해외관광객 중 특히 적은 편이지만 공무원과 국영기업체·대기업들이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줄이고 있는데다 신혼여행·효도여행 등 각종 관광성향의 단체여행들이 격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이에따라 유럽여행을 떠나려는 일본 관광단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상사직원들의 업무성 해외여행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출입국 관리를 맡고있는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아직 둔감한 상태. 법무부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 증가 추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내국인 출국자수는 작년에 비해 그리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측의 반응은 완강한 편이다. 정부의 과소비억제 일변도 방침에 대해 『상황을 모르는 억지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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