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춤사위 체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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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민속무용의 기본형인 36가지 춤사위와 그 이름이 국내무용사상 처음으로 발굴·정리돼 무용계의 큰 수확으로 평가받고 있다.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신명나게 출 수 있는 한민족 「마당춤」제작을 서둘러온 방송문화진흥회는 그동안 봉산탈춤·양주별산대·고성오광대·북경사자놀이·밀양 들노래 춤과 백중놀이·인천 나나니춤 등 7가지 탈춤과 덧보기춤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허튼춤사위와 그 이름을 지난해 9월부터 모두 찾아내 최근 정리·발표했다.
한국무용 아카데미 회원들과 함께 이 작업을 마무리지은 국립국악원 무용단 상임안무가 문일지씨는 『이번에 정리한 36가지 허튼춤 사위 중 서너가지만으로도 「우리다운 멋과 흥」을 살릴 수 있는 마당춤을 얼마든지 안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또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듯한 「꼬작치기」(일명 돛대치기)등 허튼춤 사위중에는 요즘 감각으로도 매우 현대적이고 익살맞게 느껴지는 동작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허튼춤이란 고대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우리 심성과 몸에 맞게 만들어져 일정한 양식없이 자유롭게 출 수 있는 춤으로 이번에 정리돼 비디오 테이프에 수록된 것은 말뚝사위, 외사위, 겹사위(곱사위), 부채사위, 꼬작치기, 떡메사위, 너울절(너을지리), 깨끼리, 모듬 뜀뛰기, 한무릎들어뛰기, 먹춤사위, 건드렁, 활개펴기, 재배동작, 까치걸음, 보릿대 사위, 두루거리(연풍채), 옆사위, 배치기, 배김사위, 두어춤, 여닫이, 산김춤, 복무, 장구꽂이(자라춤), 사공지우기, 빗사위, 연풍돌이, 멍석말이, 목젖놀음, 무릎치기, 어름사위, 갈뚱말뚱, 휘감기, 비웃치기, 솟은춤 등 36가지.
민속학자 이두현씨는 『각 민속무용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는 전국 각지의 인간문화재와 그 가족 및 제자 등 1백여명을 총동원해 자칫 때를 놓치면 영영 복원할 수 없는 춤사위를 모두 녹화했으므로 그 자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각 춤사위의 이름도 극소수를 빼고는 원형을 물려받은 춤꾼들을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평론가 박용구씨도『모처럼 민속무용의 기본춤사위가 일목요연하게 체계화돼 설명이 필요없는 무보가 생긴 셈』이라며 반겼다.
지금까지 북한은 전세계 어느춤이라도 확실하게 기록할 수 있는 과학적 무용표 기법을 개발했다고 자랑해온데 비해 남한의 무보작업은 매우 부진한 상태였다.
방송문화 진흥회는 이같은 민속무용의 기본춤 사위들을 바탕으로 작곡과 안무를 마무리, 공청회를 통해 오는 5월께 마당춤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마당춤은 비디오테이프와 TV등을 통해 전국에 보급돼 단오제·춘향제·개천제 등 각종 축제 참가자들이 하나되어 어우러지는 뒤풀이마당의 「단골춤」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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