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 "북핵 폐기하라" 북한 "금융제재 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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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께 개최될 6자회담의 성공 여부는 북한이 핵 폐기 이행에 동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는 북한에 핵무기와 핵물질 포기 의사를 밝히고 핵 폐기 초기 조치 이행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에 대한 입장은 정확히 밝히지 않은 채 "6자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여전히 북한이 5개국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핵 폐기 초기 단계의 조치로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핵 재처리 시설 폐쇄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수용 준비 ▶핵실험장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원자로 가동 중단과 핵무기.핵물질에 대한 내용 공개는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다.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에 핵 포기의 대가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체제보장, 에너지 지원, 경제협력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 폐기 초기 조치를 이행하면 이 세 가지 대가의 1단계 조치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 조치는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 중유 제공, 대북제재 해제 착수 등이다.

미국은 회담 시작과 동시에 북한에 제안에 대한 답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요구사항과 상응조치를 설명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미국에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고, 미국은'평화협정 체결까지 제시했는데 뭘 더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에 '적대시 정책 포기'와 더불어'금융제재 중단'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는 자금을 회수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이 문제를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핵 폐기 초기 조치 이행에 합의하고, 다음달 6자회담이 다시 열려 핵 폐기 전 과정에 대한 로드맵(이행계획)과 시간표를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뭘 주장하고 요구할지 몰라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언 기자

◆ 6자회담=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자회담. 중국의 제의로 2003년 8월 첫 회담이 열렸다. 지난해 9월 4차회담에서 북한 핵 폐기의 절차를 담은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11월의 5차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조사를 문제삼아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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